원칙이 살아있는 정개개편을 바란다

데스크칼럼

2003-05-26     영광21
요즘 정가의 가장 큰 화두는 정치개혁과 정계개편이다. 누구나 정치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무엇이 진정한 정치개혁인가에 관해서는 확실한 기준을 말하는 정치인이 거의 없다. 진정한 정치개혁을 하면 현 정치인 중에 살아남을 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피해가고 있다는 인상마저 든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5월 8일 이메일을 통해 자기가 생각하는 정치개혁의 내용을 천명했다. "개혁하라는 국민 대다수의 뜻은 무시하고 개혁의 발목을 잡고 나라의 앞날을 막으려는 일부 정치인, 나라야 찢어지든 말든 지역감정으로 득을 보려는 일부 정치인, 전쟁이야 나든 말든 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등, 이렇게 국민을 바보로 알고 어린애로 아는 정치인을 잡초를 뽑아내는 마음으로 뽑아내는 일" 이것이 바로 노 대통령이 내린 개혁의 정치 개념이다.

노 대통령의 정치개혁 개념을 곰곰이 음미해 보면 그것들은 대부분 민주주의의 원칙에 관한 것들이다. 그것들도 하나의 기준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들이 빠져있다. 무엇보다도 민족정기에 관한 부분이 빠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의 기틀을 착실하게 정착시키고, 올바르게 진보와 개혁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민족의 자존심에 바탕을 두고, 외세에 대한 의존심이나 사대주의를 배격하고, 우리 민족의 운명을 우리 자신의 힘으로 개척한다는 굳건한 민족자결정신을 드높여야한다.

현대 한국의 역사에 분명히 새겨진 교훈과 진리는 민족자결권과 민족자긍심 그리고 민족의 정기가 사라진 곳에서는 애국과 매국을 분간하기 어렵게 되고, 국가의 기강과 사회적 정의가 불투명해 질 수밖에 없으며, 온갖 사회적 병폐, 파쇼 독재와 부정부패, 여러 형태의 사회악과 비리가 활개치게 된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갖 사회악들이 이것을 웅변해 주고 있다.>

위에 인용한 것은 2000년에 발표된 민족화합운동연합(민화련) 헌장에 나와 있는 대목이다. 애국애족의 마음이 없는 곳에 정치개혁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본다면 지금 정치판의 화두로 되어있는 정치개혁논의에서 민족문제의 중요성이 빠져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100년 이상 외세의 지배를 받아왔고 58년간이나 국토분단으로 신음해 온 우리 민족에게 있어 민족의 숙원인 남북통일문제가 무엇보다 앞선 가장 중요한 정치문제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민족통일문제에 관한 로드맵을 선명하게 제시한 것은 바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 쪽 당사자가 되어 이룩한 6.15 남북공동선언이다.

따라서 정치개혁이나 정계개편을 하려고 한다면 6.15공동선언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가장 근본적인 기준으로 되어야만 한다. 이것을 제쳐놓고 무슨 정치개혁이고 무슨 정계개편이냐고 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가 바로 이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정치개혁과 정계개편의 기준으로 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나 되는가. 이렇게 되면 정치개혁 논의가 뒤죽박죽으로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가장 중요한 핵심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 안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선만 거듭하고 있는 '개혁적 통합신당'이냐 '통합적 개혁신당'이냐를 둘러싼 논쟁도 민주당의 최대의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6.15공동선언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그것을 엉뚱하게 친노냐 반노냐를 놓고 대립하고 있으니 국민의 눈에 당권을 둘러싼 이전투구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빈축을 사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개혁은 국민의 자발적인 애국애족의 열정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박찬석 <본지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