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역할과 기능을 되돌아본다

데스크 칼럼

2002-11-07     영광21
흔히 신문을 사회의 목탁에 비유한다. 하지만 필자는 신문을 공기에 비교하고 싶다. 공기가 없으면 인간은 단 한순간도 살 수가 없고, 오염된 공기를 호흡하고 살면 필연적으로 병에 걸려 죽기 마련이다. 그만큼 현대사회에서 신문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고 치명적인 까닭에 신문이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여야만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쯤으로 여겨서는 안된다. 이러한 신문은 인간의 사회생활속에서 인간의 감정이나 의사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으로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생겨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형태는 크게 나누어, 사람과 사람이 직접 대면해서 행하는 ‘대인 커뮤니케이션(인격적 커뮤니케이션)’과 신문 또는 방송 등의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행하는 ‘매스 커뮤니케이션(비인격적 커뮤니케이션)’이 있다.

역사적으로는 농업을 위주로 한 촌락공동체 사회였던 근대 이전에는 대인 커뮤니케이션에만 의존하였으나, 사회가 발전하면서 촌락공동체가 붕괴되고 상품의 생산과 유통이 늘어나면서 사회적 환경이 복잡하게 확대된 근대사회가 열리면서 매스 커뮤니케이션이 주요한 형태로 등장하였다.

이런 역사적 사회발전단계에서 매스 커뮤니케이션이 성립되었고, 신문도 그 과정에서 등장하면서 동시에 가장 유력한 미디어로 자리매김을 하였다. 이렇듯 유력한 미디어인 신문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직접 접촉하고자 하는 외적 환경에 관한 뉴스를 중심으로 한 갖가지 정보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대중은 신문이 전달하는 정보에 의지해서 주변의 환경에 적응하는 사회생활을 영위해 간다. 그러나 신문이 전달하는 정보는 변화하는 환경의 전체일 수는 없고, 편집자에 의해 선택된 일부이기 때문에 보도기사의 정확성과 선택의 신중성이 크게 요청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속보성도 요청된다.

하지만 신문의 속보성은 최근에 와서 전파 미디어의 발달, 특히 텔레비전의 보급으로 다소 감소된 반면에 해설과 심층보도 기능이 중요시되는 경향을 띤다. 이와 같은 신문의 기능은 학자에 따라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 기능과 부수적 기능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기본적 기능으로는 ① 독자들에게 그 사회와 국가, 그리고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객관적으로 알리고, ② 일어난 사실들의 문제점을 구명(究明)하기 위해 뉴스를 사설을 통해 논평하며, ③ 상품과 용역(서비스)을 소유한 사람들이 그들의 재화를 팔 수 있도록 광고의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특징으로 하는 현대경제의 순환과정에 있어서 광고매체로서 신문의 역할은 매우 크다.

다음으로 부수적인 기능으로는 ① 대중에게 희망적인 사업을 촉진하는 한편, 해로운 상태를 제거하기 위한 여론의 환기, ② 만화.만평 또는 그 밖의 읽을거리를 제공하여 독자들에게 오락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③ 독자의 진실한 상담자로서 각종 생활정보를 주고, 권리의 이행과 수호에 도움을 주는 기능을 들고 있다. 대개 이러한 기능들을 요약하면 신문의 기능은 보도의 기능, 논평의 기능, 오락의 기능, 광고의 기능 등으로 크게 나눈다.

위에서 개략적으로 살펴본 것외에 가장 중요한 신문의 역할은 여론형성이라는 것이다. 여론이 형성되는 계기는 사회와 관계있는 문제에 관해서 사회성원들 사이에 의견의 대립이 있을 때이다. 설사 어떤 문제가 제기되었더라도 그 문제를 놓고 의견의 대립이 없을 때에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는 계기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여론을 야기시키는 쟁점의 성격에 따라서 여론의 규모가 결정되는데 이를테면 쟁점이 범세계적인 성격을 띠는 것이면 국제여론으로 되고, 전국가적인 성격을 띤 것이면 국민적 여론으로 되며, 지방적 혹은 일부 사회적인 성격을 띤 것이면 사회적 여론으로 되고, 국지적 혹은 소집단적인 성격을 띤 것이면 소집단여론으로 된다는 것이다.

신문은 특히 사회적 여론이나 국민적 여론을 형성하기에 더욱 중요시 된다. 여론 형성과정에서 개인의견은 출발점이기는 하나 개인의견이 여론으로 행세할 수는 없다. 설사 독재국가의 경우라도 지배자의 개인의견이 그대로 사회적 의사로서 기능하기란 어려운 것이다. 독재자의 의견도 집단의견으로 뒷받침 될 때 비로소 사회적 의사나 여론으로 행세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견들이 집단의견으로 조직화되는 것은 여론형성에서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신문이기에 신문은 현대사회에서 공기와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고, 보도기사의 정확성과 선택의 신중성이 각별하게 요구된다. 그리고 보도된 사실에 대한 판단은 여론형성의 결과에 따라 삶이 결정지어지는 독자의 몫이지 신문의 몫이 아니기에 어떤 형태로든 신문 스스로 섣부른 판단을 해서는 결코 안된다.
<영광21>은 이 원칙을 명심하고 올곧게 갈 것이다.
박찬석<본지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