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을 차지하려면 밥값을 하라

데스크칼럼

2004-03-12     영광21
현행 헌법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직선제 개헌을 골자로 하여 만들어졌다. 이때 통치기구에 관한 규정 중 가장 큰 변화는 대통령과 국회의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점이다.

유신헌법 이후 행정부 주도의 권력질서를 반영하여 대통령이 국회보다 앞서 규정되었던 것이 국회를 앞세우는 것으로 변경된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국회의 개회일수에 대한 제한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종래 정기회와 임시회를 합하여 연 150일을 초과할 수 없었던 규정이 삭제되었다.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국회를 열어 국사를 논하고 민생을 살피라는 취지였던 것이다.

파행만을 일삼다가 결국 파행으로 막을 내린 16대 국회가 선거법 뒤처리를 하기 위해 지난 6일 임시국회를 다시 소집하였다. 미처 해결하지 못한 일들을 마저 하기 위해 소집된 임시국회였다면 국민들은 의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김밥이라도 싸서 당장 국회로 달려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임시국회 역시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총선용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씁쓸하다. 법규에 의해 국회의원 1인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연간 4억원을 훌쩍 넘어간다.

'국회의원수당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지급되는 각종 수당과 입법활동비ㆍ정액급식비ㆍ가계지원비ㆍ명절휴가비 등 기타비용을 통틀어 세비라고 한다. 이런 세비가 월 평균 841만원이니 연간 1억원이 넘는다.

또 세비와는 별도로 국회 내 의원회관 사무실유지ㆍ운영비로 월 45만원, 전화ㆍ우편 등 공공요금 명목으로 월 91만원, 차량유지비로 월 35만8천원, 유류비로 월 80만원을 국고에서 지원받는다.

이밖에 국회의원은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1명, 6ㆍ7ㆍ9급 비서 각 1명 등 총 6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는데, 이들의 연봉을 합하면 2억5천만원이 넘는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이 공무로 여행할 때는 공무원 여비규정에 의해 비용을 지급받으며, 언제든지 새마을호 특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공항을 이용할 때도 의전실을 사용하고 입국시 세관을 거치지 않으며,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방문국 주재 대사의 극진한 접대를 받게 된다. 일반인이 갖지 못한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도 헌법에 의해 보장받고 있다.

위와 같이 국회의원 1명을 위해서 4년이면 최소 16억원 이상의 국민세금이 사용된다. 의원 전체로 따지면 4,300억이 넘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돈 외에도 국회의원들은 유ㆍ무형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거기에 상응한 밥값은 해야 되지 않겠는가. 그래야 국민들도 그들이 누리는 특권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얼마전 한 시민단체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불법정치자금이나 개인비리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의원은 35명에 이르며, 이들이 받은 검은 돈은 2,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56명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 이미 12명이 의원직을 잃었고, 등원 전에 개인비리로 5명이 기소되었다. 이를 모두 합하면 제16대 전ㆍ현직 의원의 88명이 각종 부정비리와 선거법 위반으로 법의 심판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고 하니 범죄집단 수준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상황이 이렇다보니 밀려드는 짜증은 극에 달한다. 다만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지역의 국회의원이 그 명단에 속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제 17대 국회의원 선거가 1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유권자의 냉철한 심판으로 무능력과 부패로 얼룩진 국회를 다시 안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