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국민은 없었다

데스크칼럼

2004-03-19     영광21
국민에게 실망과 한숨만을 안겨주었던 제16대 국회는 마지막까지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르면서 역사에 추한 모습으로 영원히 기록되기에 이르렀다.

임기를 겨우 1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한 것이다. 탄핵안이 통과된 후, 여러 매스컴에서는 신속하게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탄핵안 통과를 반대하는 국민이 70%에 이른다는 사실을 보도하였다. 참으로 허탈하고 뒤숭숭할 뿐이다.

처음 탄핵안이 발의되었을 때부터 국민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평균 67%의 반대의사를 보였었다. 그런데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끝내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국민을 위해서 탄핵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강변했던 두 당은 국민을 상대로 정치사기를 벌인 것이다.

국민을 위한 탄핵안이라고 하였는데 탄핵안의 가결이 '부당하고 잘못된 일'이라고 판단하는 국민이 70%에 이르고 있으니 그들이 말하는 국민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다수 국민의 뜻을 묵살하고 짓밟아버린 채 부당한 의안을 거침없이 밀어붙인 세력들은 분노의 심판을 모면할 길이 없을 것이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하면서 발의에서 가결의 순간까지 국민 의사를 철저히 외면하고 무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적 우세만을 무기로 민주주의를 짓밟고 역사를 뒤엎은 두 당의 만행은 엄중한 심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오만불손한 두 당이 완력으로 탄핵안을 통과시켰으니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과연 탄핵을 당해야 할 만큼 나쁜 짓을 했는가라는 점이다.

그건 절대 그렇지 않다. 대통령이 되자마자 보통사람들의 고정관념에 깊게 뿌리내린 권위주의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과감히 떨쳐 버렸다. 대통령 권력의 3대축이라고 하는 국가정보원.검찰.경찰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실천하였다.

권력은 그 속성상 권력을 잡는 순간 권력을 더 키우려는 욕심에 휩싸이게 된다. 인류 역사는 그 욕심의 볼모가 되어 비극적 종말을 맞은 많은 권력자들의 예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역으로 자신의 권력을 축소하는 쉽지 않은 선택을 하였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자신의 권력을 줄이면서 민주국가의 틀을 바르게 세우고자 한 사람이 또 있었던가.

스스로 약한 대통령이 된 사람을 허약해졌다고 오판한 두 야당이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자기네 잇속을 챙기기 위해 내쫓으려는 만용을 부린 것이다.

국회 내 '다수 세력'이 '다수 국민'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오판이 부른 탄핵안 관철은 국민의 분노와 심판을 비켜갈 수 없다. 국회의원이 현실적으로 당론을 거스르기 어렵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국가의 안위와 관련된 사항을 놓고는 당론보다는 양심에 의거하여 국민의 입장에 서야 한다.

국회는 정당의 대변기관이 아니고 민의의 대변기관이기 때문이다. 소속정당은 가변적이지만 국민은 변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이기에 당론과 민의가 대치되었을 때는 당연히 민의를 따라야 한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탄핵의 빌미를 주었다느니, 그의 평소 언행이 가볍다느니 하는 지적들이 있다. 그러나 빌미나 언행 같은 것은 문제의 본질 사안이 아니다. 정당한 탄핵 사유의 범주에 들지 않는 것들을 탄핵의 사유로 삼기 위한 '억지 트집'이다.

이제 탄핵안에 제시된 소추의 사유들이 탄핵의 정당한 요건들을 충족시키고 있는가에 대한 법리적 판단 작업은 헌법재판소의 몫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존중되어야 하겠지만 야권이 내건 탄핵 사유 중 어느 것도 '중대한 위헌과 위법'이라고 보지 않는 국민의 판단이 충분히 수렴되어야 한다.

야권이 제시한 탄핵 사유인 측근 비리, 경제파탄, 중립의무 위반을 다수 국민들은 필요 충분한 탄핵 사유로 여기지 않고 있다.
순간의 승리와 자기과시를 위해 정쟁의 상대만 보고 국민을 보지 않은 야권의 치명적 실수로 인한 혼돈이 반복되지 않도록 헌법재판소의 현명하고 조속한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