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에 주목해야 할 해양생태계
데스크칼럼 - 박찬석 / 본지 편집인
2005-01-06 영광21
‘나비효과’란 나비의 날개짓과 같은 작은 변화가 증폭돼 폭풍우가 된다는 과학이론으로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이 다음달 미국 뉴욕에서 폭풍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1961년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 Lorentz)가 기상관측을 하다가 변화무쌍한 날씨의 예측이 힘든 이유를 지구상 어디에선가 일어난 조그만 변화로 인해 나타났다는 것을 설명한 이론으로 훗날 물리학에서 말하는 카오스 이론(Chaos Theory)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이 가상의 현상은 기존의 물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른바 ‘초기조건에의 민감한 의존성’을 표현한 것으로 작은 변화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경우가 있음을 시사한다.
세계화 시대가 된 오늘날 나비효과는 더욱 강한 힘을 갖는다. 디지털과 매스컴 혁명으로 정보의 흐름이 매우 빨라지면서 지구촌 한 구석의 미세한 변화가 순식간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것 등을 보면 나비효과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나비효과가 가장 염려되는 사업이 새만금사업이라고 하겠다. 해양연구원이 발표했듯 이 사업으로 인해 목포에서 황해도 연안에 걸친 새만금 바깥 해역 해양생태까지 매우 광범위하고 예측불허의 형태로 파괴 및 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새만금에서 수십km 떨어진 부안 위도 주민들이 핵폐기장을 유치하겠다고 나선 일도 ‘새만금 나비효과’로 위도 어장이 파괴된 것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
바다는 모든 생명의 원천이다. 원시생명체가 태어난 곳도 바다요, 무수한 부를 건져내는 곳도 바다다. 그러므로 바다야말로 모든 생명체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생명의 터전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귀중한 바다가 날로 병들어간다. 인간의 파렴치한 이기주의와 무분별한 욕심 때문에 죽어가는 것이다. 바다를 죽이는 가장 큰 요인은 물론 인간이다.
아이러니컬하게 인간 중에도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바다에 목숨을 걸고 사는 어부들이다. 순간의 편리함을 위해 스스로 자신의 터전을 오염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아무렇게나 법을 어기고 낡은 어구를 버리는 어부들의 몰지각함도 문제일 수 있지만 엉성한 해양관리가 더 문제가 되는 것이다.
심지어는 어선업자나 양식업자들까지 자신들이 사용하던 어구와 쓰레기들을 함부로 버려서 바다를 죽이는 일에 앞장서는 일이 비일비재한데도 이를 감독해야 할 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이렇게 방치되는 비양심적이고 불법적인 투기행위로 바다에 버려져 쌓여있는 오물은 무려 50만톤에 이르고 매년 10만톤이 더 버려지고 있는 형편이다. 영광의 보고인 칠산바다도 예외는 아니다.
선진국의 경우는 바다를 오염시키는 원인을 관리함에 있어서 어부가 귀찮을 정도로 감시통제가 이뤄지므로 우리의 바다와 같이 죽음의 바다로 되는 일은 상상도 할 수가 없다. 무한한 부를 가져다주는 바다에 대한 소중함을 스스로 깨닫고 이제라도 바다야말로 인류의 미래가 걸려있는 생명의 터전임을 인식하고 더 이상 바다를 죽이는 행위를 삼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