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 영광군과 한 공기업과의 위험한 동거(?)
2005-08-25 영광21
하지만 사회(지역사회)의 작동원리는 특정집단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포괄적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지난 20여년간 영광 주민들의 어떤 동의절차(최초 시기 일부 지역유지, 특정 정치인의 선동에 의해)도 없이 핵발전소를 건설·가동하면서 국민의 전기료로 축적한 자본을 기반으로 다양한 가치와 역동성을 내재하고 있는 영광지역의 역사에 끊임없이 개입해 왔다.
최근 5년은 핵폐기장(방폐장)논란으로 지역의 내재적 단결력을 약화시켜 왔으며 기업의 사업적 이익과 지역발전론을 등치시켜 자신들이 발굴하고 관리해 온 일부 주민들을 앞세워 군민 일반에게 왜곡된 판단을 끊임없이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일방적 비난과 한수원의 무한책임을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주민 일부의 무차별적 사적 이익추구의 모습도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핵발전소 문제가 대체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국민적 바램과 함께 에너지의 안정적 수급의 현실적 필요성이라는 문제를 동시에 바라보아야 한다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수원과 정부도 영광지역에 추가 핵시설을 얼마든지 건설할 수 있다는 무모한 생각을 과감히 버리고 수십년의 고통과 그 과정에서 뒤틀려 버린 지역공동체의 자주적이고 자립적인 복원 발전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를 사려깊게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대한민국을 '삼성공화국'이라고 조소하는 것은 일개 기업의 가치를 거대한 사회 전체로 확산시켜 사회적 다양성과 민주적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는 우려의 다른 표현이라 말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적용해 보자면 특정지역에 사업장을 둔 공기업이 그 지역이 수백년간 유지 발전 시켜온 문화적 정체성과 자존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는 역동성을 기업적 가치와 이익의 실현으로 훼손하는 무례한 자세는 결코 용납될 수 없 것이다.
한 명의 전력생산자와 평생을 쌀과 고추 등의 기초농산물을 생산해 온 한 농민의 사회적 기여도는 결코 우열을 가릴 수 없으며 그 평가에 있어 어떤 차별도 있을 수 없다는 균형잡힌 인문적 판단이 전제된다면 그 이유는 분명해 질 수 있다.
그간 부지불식간에 또는 의도적으로 지역분열의 원인을 제공해 왔다고 판단한다면 책임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또 주민분열을 부추기고 관망하며 특정세력의 후원집단으로 역할하는 것은 기업의 규모에 맞지 않는 적절치 못한 태도이며 이후 지역민과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반핵'이라는 전략적 주장을 일관되게 주창하는 주민의 입장을 존중하고 더 큰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될 수밖에 없는 현재의 핵정책은 전면적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핵이 인류의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핵산업계 스스로가 신화로부터 해방되어 눈과 귀를 열고 활발한 논의의 장으로 나서야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지역과의 관계설정을 시도해야 한다.
주경채 집행위원장<영광군농업발전기금추진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