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에 거는 기대
2003-02-27 영광21
이제 참여정부라는 배에 승선한 우리 국민은 노무현 선장의 항해술에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내맡겼다.
새로 출범한 모든 정부가 그랬듯이 참여정부도 의욕에 찬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은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 더불어 사는 균형 발전사회,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로 압축할 수 있다. 이 약속이 부디 마지막까지 제대로 지켜지기를 기대하면서 몇가지 당부를 하고 싶다.
우선 참여정부를 표방한 만큼 국민참여를 소중하게 여기기 바란다. 국민의 정부를 내세운 김대중 정부는 철저한 자기개혁에 인색한 나머지 가신, 친인척, 계보정치, 지역정치 등이 개입할 빌미를 제공하였고 그로 인해 각종 구설수에 휩쓸리고 말았다.
온전한 국민참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가혹할 정도의 자기개혁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을 확보하지 못하면 권력기구와 독점재벌에 대한 적절한 견제와 균형은 물건너 가게 될 것이다. 참여정부의 기치 아래 국민을 관객화시키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다음으로 경선과정부터 국민에게 약속한 개혁을 임기내내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를 바란다. 시종일관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초기개혁을 통해 기선을 제압해야 가능하다.
국민의 정부는 초기에 사법개혁, 재벌개혁 등의 중대한 개혁의 호기를 맞았으나 정면대응을 회피한 결과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용인하고 개혁의 주체인 국민을 소외시키고 말았다.
정면대응을 통한 강력한 초기개혁의 뒷받침이 있어야만 건강한 개혁을 이룰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재벌개혁 정치개혁 행정개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직면하게 될 기득권 세력들의 별의별 저항에 대응할 최선의 방법은 국민의 힘에 입각한 정면대응이란 것이다.
셋째, 국정운영의 성과와 목적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국정수행의 방법과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의혹을 불러일으켜 국론을 분열시킨 대북송금 비밀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도 투명성과 공정성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내세운 원칙과 신뢰, 공정성과 투명성, 대화와 타협의 대원칙이 국정운영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개혁과 자주적 대외관계를 밀고 나갈 힘은 국민에게서 나오며, 정치적 반대를 넘어설 수 있는 힘도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민주주의 기본원리를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기 바란다.
넷째, 인사의 중요성이다. 다행스럽게도 참여정부는 다면평가방식 등 능력위주의 인사를 강조하고 있지만 노파심에서 과거 정권들은 논공행상식, 정파안배식, 친관료적 인사에 의해 스스로 침몰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관료적 안정성에 치중한 인사는 결국 말뿐인 개혁에 그친다는 점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물론 관료적 안정성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지만 가장 중요한 가치인 국민적 합의의 하위개념에 불과할 뿐이다.
참여정부란 말이 무색하지 않도록 인사에도 국민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게끔 하여야 할 것이다.
끝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그 어떤 대통령보다 어려운 시기에 국정을 맡았다. 국내외적으로 각종 악재가 널려 있어 국정운영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위기를 극복하고 민족의 미래를 새로운 단계로 도약시킬 정정당당한 대통령을 기대한다. 5년이란 세월은 개혁을 이루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인 반면에 부패와 타협의 유혹을 견뎌내기에는 한없이 긴 시간이다.
대통령의 영문식 표기인 President의 어원이 '하인'임을 잊지 말고, 사회를 바꾸는 힘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망각하지 않고, 신념과 줏대있는 일관된 대응으로 자존과 평화를 일궈낸 대통령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국민의 박수를 받으며 물러나는 대한민국 최초의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박찬석<본지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