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회의 탈핵순례와 끝나지 않은 기록

■ 탈핵순례 500회 기념 특별기고

2022-06-30     영광21

 

 

강 해 윤 교무
<원불교 반핵운동사 편찬위원회>

별날은 아니지만 500회가 되었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무엇하나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시작한 탈핵순례(기도)가 어느덧 10년 세월을 머금고 500회가 되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2011년 3월11일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가 일어나 우리를 번쩍 일으켜 세우기까지 그 이전 10년의 세월이 잠자고 있었습니다. 

원불교 영산성지 인근에 핵발전소가 들어서던 1970년대 후반에 영광사람들은 낙후된 동네가 큰 발전이라도 하는 것처럼 좋아했습니다. 다만 발전發電이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곧 1980년대 격동의 시간이 왔고 독재정권이 이어졌습니다. 신군부의 광주학살 배경에는 미국의 묵인이 있었다는 것을 항의하기 위해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사건이 있었고, 그 핵심인물 대학생이 영산성지에 들어오자 이를 보호해준 김현 교무님은 구속과 함께 교단에서 제적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우연히도 500회 순례가 진행된 6월20일은 과산 김 현 교무님께서 열반하신지 7년째 되는 날입니다. 김 현 교무님은 영산성지를 지키면서 핵발전소가 인근에 세워지는 것을 걱정해 ‘광주공해추방운동’의 공동대표 자격으로 반핵운동에 나서게 됩니다.
영광 우시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김 현 교무님은 남북한 어디에도 핵은 안된다는 평화선언을 합니다. 정말 탁월한 안목이시죠. 그 뒤에 영산을 지키고 있던 김성근 교무님이 이어서 반핵운동에 나서게 됩니다. 

영광교구에서 <천지보은회>라는 환경단체를 조직해 지역운동을 하고 원불교대학생연합회의 회장을 맡은 강대훈 학생이 ‘내릴 수 없는 반핵의 깃발’이라고 선언합니다. 그러다 온 교단이 나서게 된 반핵운동은 2002년 정부가 핵폐기장을 영광에 세우려 하자 원불교는 근원성지를 지켜야 한다는 결의를 하고 모두 나서게 됩니다. 
그러자 풍선효과가 나서 부안이 유력한 후보지가 되는 바람에 부안핵폐기장 운동이 크게 번지게 됩니다. 부안의 어머니로 불리던 김인경 교무님의 역할은 부안군에 길이 남을 역사가 되었고 승리하게 됩니다. 
그 이후 10년의 침묵하는 시간이 흐르고 2011년 3월에 터진 후쿠시마 사고를 보고서야 깜짝 놀라서 다시 영광핵발전소를 찾아보았습니다. 고장과 사고와 은폐로 영광핵발전소는 엉망인 채 운영되고 있었으니 대형사고가 안 난 것이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원불교환경연대와 영광성지 인근에서 모인 반핵운동가들은 영광 반핵운동이 상시적으로 계속돼야 한다는 생각을 궁리하다가 탈핵순례라는 지속 가능한 운동을 생각해 냈습니다. 다행히 함께 하고자 하는 동지들이 있어서 2012년 11월26일 첫 순례를 시작했습니다. 마치 대장정에 오르는 사람들처럼 탈핵 깃발을 어깨에 메고 세찬 바람을 견디며 눈보라 속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무려 22㎞가 되는 거리를 6시간 동안 걸었습니다. 
걷는다고 탈핵이 되냐? 핵발전소를 멈출 수 있을 것이냐 라는 말도 들리고, 언제까지 걷겠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마치 우공이산의 우화처럼 “내가 못하면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야지요”하고 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걷고 또 걸어서 탈핵운동이 이어지게 되고 영광 핵발전소가 주민들과 공무원들 또 우리 원불교인들 눈에 보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500회까지 이 길을 이어준 사람들이 있습니다.

길산 이성광 교도님, 구산 구동명 교무님, 진산 김기성 교무님, 선산 오광선 교무님과 영광교구 사무국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미리 약속한 바는 없지만 단 한번도 혼자 걸은 적이 없을 정도로 누군가는 꼭 와 주었습니다. 그렇게 10년을 이어왔습니다. 
영광핵발전소(한빛원자력발전소) 1호기는 2025년이 설계수명 40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제 폐쇄까지 1,200여일 남았습니다. 더 이상 수명연장하지 않고 불을 꺼야 하는 영광핵발전소의 영구폐쇄를 위해서 우리의 반핵운동은 계속돼야 합니다.

무한한 자기 헌신을 통해서 만들어 가고 있는 원불교 탈핵운동의 역사가 이번에 책으로 나왔습니다. <원불교 반핵운동사1 끝나지 않은 기록>의 출판기념 북콘서트를 6월27일 영광여성의전화 ‘나비날다’에서 가졌습니다. 원불교 반핵운동사로 시작했지만 이제 영광반핵운동사 그리고 지구촌 모든 생명들의 반핵운동사로 이어가고 또 기록되길 기대하며 <원불교 반핵운동사2>를 준비합니다. 
언젠가 이 모든 역사가 정확히 기록되기를 바라면서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께 존경을 바칩니다. 

■ 책 소개 - 원불교 반핵운동사1 끝나지 않은 기록

1987년부터 2006년 반핵운동 기록

원불교에 있어 영광은 ‘성지’다. 원불교의 창시자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의 고향이자 깨우침을 얻은 곳으로 교도들에게는 마음의 고향이다.
지난 1987년(원기 72년) 영산성지에서 반핵의 구호가 외쳐진지 35년 되던 지난 4월 원불교환경연대가 <원불교 반핵운동사 1> ‘끝나지 않은 기록’이란 제목의 책으로 발간해 영광에서 매주 월요일 진행된 탈핵순례 501회를 맞아 지난 27일 북콘서트를 열었다.  
1권에서 다룬 내용은 1987년 한빛원전 3·4호기 건설 반대운동에서부터 2006년 부안 핵폐기장 반대운동까지의 기록을 다루고 있다. 
책은 총 3개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부분은 우리나라 반핵운동에 근원에서부터 원전건설 반대, 핵폐기장 반대운동에 대한 서술에서부터 사안별로 발표된 성명서, 신문기사와 사진 등 각종 자료가 실려 있다. 
다음으로는 원불교 내에서 반핵운동의 중심에서 선 인물들의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1987년 원불교 전국대학생연합회 신임회장으로 선출돼 정견 발표과정에서 최초로 반핵운동을 거론했던 강대훈 교도의 자전글, 지난 시절 지역주민과 동거동락했던 고 김현 교무에 대한 회고글, 영산성지에서 근무했던 김성근 교무도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87년부터 2006년까지 전개된 반핵운동의 연혁이 책에 세밀히 기록돼 있다. 연혁은 영광지역의 반핵운동사와 맥을 같이 해 향토사료의 가치부여도 가능할 듯싶다. 
<원불교 반핵운동사> 2권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모습을 나타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