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2주년 기념사 - 밥 일 꿈, 신문의 존재가치 무엇이 먼저일까요?
장면 1. 생활기록부에 장래희망이 3년 내내 기자였던 한 고등학생이 있었습니다. 크리스토퍼 리브가 주인공이었던 영화 <슈퍼맨>에서 세계를 구하던 그의 세속적 직업이 신문기자였던 영향이 컸습니다.
1988년 대학에 입학한 그는 학과나 공부보다는 대학신문사(학보사)에 들어가 사람과의 만남을 즐기며 전공 공부보다 한달에 두번 발행하는 신문사 생활에 푹 빠졌습니다.
주위에서는 필자를 포함한 대학신문사 소속 학생기자들을 00과 학생보다는 ‘신문학과’ 학생이라고 부르는 게 태반이었습니다. 설상가상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있더라도 공부와는 담을 쌓아 아는 문제의 답만 적는 학창시절이 이어졌습니다.
유일하게 공부한 게 대학 졸업논문 제출이었습니다. 요즘처럼 취업문제가 극도로 험난한 시대는 아니었지만 당시에도 졸업을 앞둔 이들에게는 취업이 지상과제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계열과 달리 인문사회계열은 땜질식 졸업논문 작성이 일반적인 당시 상황에서 필자의 행동은 다소 역주행한 것이지요.
요즘 같으면 컴퓨터 하나면 자료검색도 순식간에 할 수 있지만 30년 전을 고려하면 자료 확보도 여간 쉬운일이 아니었고, 관련 주제도 일반적인 게 아닌 상황에서 확보한 자료도 석·박사논문 10여개에 불과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렇게 해서 제출한 것이 <한국사회에서의 저항권에 관한 이론과 실제>였습니다.
이 같은 논제를 선택한 것은 89~91년 벌어진 공안정국, 특히 91년 시위도중 경찰의 쇠파이프 폭행으로 발생한 강경대 학생 사망 이후 2달여 사이 수십명의 학생, 청년, 노동자들의 분신 항거가 벌어진 시대상황이 있었습니다.
장면 2. 15년여전 이야기입니다.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던 50대의 한 선배가 어느 날 모임에서 공사公私 문제로 명퇴를 고민 중이라고 하더군요.
그 선배를 믿고 따랐던 후배들은 “좀 힘들더라도 버텨보십시오. 형님이 계셔야 믿고 따르는 후배들도 의지하고 버티면서 갈 것 아닙니까”라며 만류했습니다. 사회생활을 영위하면 크든 작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고, 거기에 윗 연배라는 버팀목이 있다는게 얼마나 든든한지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장면 3. 두어달전 25년 넘게 인연을 맺고 있는 타지의 언론계 한 선배와 전화 통화할 일이 있었습니다. 대화 도중에 선배는 “넌, 아직도 멀었다. 밥, 일, 꿈이라고 하지 않디. 아직도 꿈을 먼저 그리고 있냐. 꿈, 일, 밥이 아니고 밥, 일, 꿈이여야”라고 힐난을 합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본지가 독자와 주민 여러분께 선보인 지 횟수로 23년, 창간 22주년을 맞았습니다. 장문의 서두는 <영광21>신문 창간의 저간을 통해 현재를 살핀다면 본지의 지향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창간 22주년, 걷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독자와 주민들이 만족하거나 흡족해 할까를 성찰해보면 여전히 부족한 점 많음을 고해합니다. 모르기도 했고, 때로는 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언론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주민과 지역사회의 요구를 명심하고 있습니다.
난립된 지역신문시장에서 생존을 위한다는 명목아래 존재 가치를 버리기 보다는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의 벗이자 버팀목으로 자리하겠습니다. 달콤한 밥과 언론을 악용한 ‘완장’의 유혹에 휩쓸리지 않고 공공재라는 사회 공기公器로서의 역할에 더 충실하고 매진하겠습니다.
<영광21>신문이 창간 22주년을 맞을 수 있도록 유·무형으로 힘이 돼 주신 많은 독자와 광고주, 주민 여러분의 성원과 기대에 부응할 것을 약속하며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 올립니다.
김세환
발행인·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