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 새해 아침을 연 병술년 개띠 해에는
2005-12-29 영광21
사는 게 힘들어 한숨쉬며 후회만 하던 날도 있었고 아주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즐겁게 보낸 날들도 있었을 겁니다. 희비가 교차된 세월을 한해 한해 보낼 때마다 새롭지도 않게 보내곤 합니다. 늘 그렇듯이 말입니다.
힘들어하는 이웃을 돌아다 볼 마음의 여유도 없이 바쁘다는 핑계, 시간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가며 군불이라도 지펴 줄 수 있는 훈훈한 인정을 베풀지도 못하고 또 한해가 쉼없이 갑니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다고 합니다. 남아있는 며칠과 다가오는 새해에는 이기는 사람이 됩시다. 승리하는 사람은 실수했을 때 '내가 잘못했다'고 말하고, 패배자는 '너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라고 합니다.
승리하는 사람은 지더라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패배자는 이기는 것도 은근히 두려워합니다. 승리하는 사람은 아랫사람 뿐 아니라 어린아이에게도 사과하고, 패배자는 선지자에게도 무례하고 고개를 숙이는 법이 없습니다.
또한 승리자는 열심히 일하지만 시간의 여유가 항상 있고, 패배자는 게으르지만 늘 바빠 허둥대며 시간에 쫓깁니다. 승리하는 사람은 열심히 일도 하고 열심히 쉬기도 하고 놀기도 하지만, 지는 사람은 허겁지겁 일하고 흐지부지 쉬고 빈둥빈둥 놉니다.
그리고 또한 이기는 사람은 과정을 위해서 살고 지는 사람은 결과에만 연연합니다. 우리는 이기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많은 눈으로 시름에 찬 나날이 많았습니다. 비닐하우스와 지붕이 무너지고 농기계 창고가 부수어지고, 돼지사육장에 불이 나기도 하고 사람이 동사하기도 한 슬픈 연말입니다. 구조작업에 투입되어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법과 제도에만 묶여 제대로 된 보상이나 기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습니다.
차분한 분위기로 조심스럽게 연말을 정리하렵니다. 다가온 새해 병술년 개띠해에는 불우한 이웃과 함께 희망찬 내일을 보고 싶습니다. 힘든 일을 당한 이웃에게 격려의 말 한마디라도 건네는 따뜻한 인정을 기대합니다.
적은 햇빛에도 피어나는 뒷마당의 봉선화처럼 우리의 마음도 활짝 필 것이고 우리 이웃의 주름도 조금이나마 펴질 것을 믿습니다.
집앞 진입로에 바위처럼 쌓인 눈을 치우며 이제는 춥지 않은 따뜻한 겨울을 나고 싶습니다.
정용안 전의장<영광군청년단체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