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우리 사회는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과 새만금 간척사업 등의 이른바 국책사업으로 여론갈등이란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책사업은 국토 개발을 기본으로 하는 대규모 공공개발사업으로 일단 결정되면 엄청난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대체로 지역주민의 지지가 아주 높은 편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방이나 중앙 정치인들은 국책사업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것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그의 정치적 생명은 거의 보장된다.
그리고 일단 사업이 시작되면 대규모 개발업자와 투자자본들이 끼어들게 되고, 기존의 이권과 함께 새로운 이권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다. 이것은 대규모 개발업자와 정치인·관료·지역의 유지들을 강하게 결속하게 하는 접착제가 되고, 그로 인해 대부분의 국책사업은 비효율성과 경직성을 가지게 된다.
다양한 공동체 사회의 욕구를 대변하지 못하는 국책사업으로 인해 국가자원의 왜곡된 분배를 초래하고, 결국에는 엄청난 국가재정위기와 되돌릴 수 없는 환경파괴만은 남기는 경우를 선진국에서 숱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러한 선진국의 예는 우리에게 많은 노력과 시간을 절약하게 하는 살아있는 고마운 교훈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오히려 그것에 역행하려고 한다.
이미 세계적으로 폐해가 드러난 사업들을 많은 자금이 투자된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계속해야 한다는 억지논리를 펴고 있는 바보와 같은 행위이다.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급급한 관료사회가 빚어낸 우리 사회의 비극이다.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국책사업은 과거 암울한 시절에 권력자의 필요에 따라 밀실에서 자의(恣意)로 결정된 것이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던 시절에 태어난 사업이다. 이제 시대는 많이 바뀌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격언처럼 시대가 바뀐 만큼 국책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수정이 필요하다. 국민들의 눈과 귀와 입을 강압적으로 틀어막은 채 몇몇이서 밀실에서 결정한 애물단지 국책사업들을 아무런 검토도 하지 않고서 그대로 집행하려 한다면 참여정부는 명백한 직무유기를 저지르고 있다고 하겠다.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국책사업은 경제논리만을 앞세워서는 안된다. 환경과 복지를 총망라한 시각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전혀 다르지 않은 사업진행은 국민들을 만성 갑갑증 환자로 만들었다.
이러한 갑갑증을 풀어주는 청량제와 같은 사건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지난 15일에 서울행정법원이 10년 넘게 공사가 진행된 새만금 간척사업에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는 그동안 밀어붙이기로 일관한 국책사업에 경종을 울린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무더운 여름날 길을 가다가 만난 샘물이 이보다 시원할까.
이 땅에서 살아갈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서 노무현 정부는 과거 독재정권에 의해 생성된 국책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수정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를 포위하고 있는 재벌과 특권층에 위축된 정책은 참담한 실패를 낳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제 길은 외길이다. 정부의 가장 크고 강한 원군은 국민이라는 사실을 재인식하고 이 땅의 풀뿌리가 살도록 해야 한다. 이들이 없다면 국가의 존재도 없고 정부의 존재도 없다. 아직 기회는 충분히 있다.
이번 법원의 결정을 계기로 국책사업에 대한 총체적인 논의와 고민이 뒤따른다면 우리 사회는 머잖아 분명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결과에 도달할 것이다.
박 찬 석<본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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