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결과에 대한 관전평
총선결과에 대한 관전평
  • 영광21
  • 승인 2004.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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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새롭게 나라와 지역의 일꾼을 뽑는 제17대 총선이 끝났다. 결과는 열린우리당의 과반의석 확보, 한나라당의 견제의석 확보, 민주노동당의 급부상, 민주당과 자민련의 몰락으로 정리된다.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민의에 역행하는 정치가 어떤 결과에 도달하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고 하겠다.

이번 총선으로 열린우리당은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을 동시에 거머쥔 명실상부한 집권여당이 되었다. 5·16 군사쿠데타 이후 보수세력이 주도한 국회의 지도가 44년만에 바뀐 것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승리는 스스로 이룬 성과가 아님을 잊어서는 안된다.

국민의 뜻을 거스른 ‘의회쿠데타’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민의의 표현이 낳은 과분한 성과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공천과정에 드러난 잡음과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을 지지한 것은 확실한 대안이 없는 가운데 차선을 선택한 것이지 결코 최선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총선민의에 보답하기 위해서 열린우리당은 강력한 개혁정책과 책임정치를 실현해야 할 것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이후 명맥이 끊어졌던 진보정당이 마침내 부활하였다. 바로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입이다. 그것도 두자리수의 제3당으로 당당하게 원내 진출을 하였다.

꿈을 이룬 민주노동당은 제17대 국회를 “기득권과 특권세력의 국회에서 노동자와 농민, 영세상인, 서민의 국회로 바꾸겠다”며 연일 기염을 토하고 있다. 국회에 의석을 가진 민주노동당의 출현으로 인해 이제야말로 우리 사회도 보수와 진보의 양날개로 균형있게 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다고 하겠다.

앞으로 민주노동당은 여당의 개혁에 대한 강력한 감시자로서, 정책경쟁을 주도해나가는 이념정당으로서 국회의 모습을 획기적으로 바꾸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민주노동당도 이제 검증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특히 민주노동당의 이름은 권력감시 시민단체의 모니터 대상에서 항상 윗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한나라당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굳이 밝히자면 더 심하게 망가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보수정당임을 자처하는 한나라당이 사회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합리적 보수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보다 처절한 추락이 필요했다. 그러나 마음이 여린 국민들은 박근혜 대표의 읍소에 못이겨 한나라당에게 한번의 기회를 더 주었다.

감성정치와 지역주의의 한계라는 부정적인 요소가 개입되기는 하였지만,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견제와 균형의 한 축으로 인정해 준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 내부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긴 하다. 여론에 떠밀려서 부패에 직접 연루된 구악들이 자연스레 퇴출된 점과 잘못을 인정한 점 등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하겠다.

그러나 한나라당에는 여전히 폭로정치와 공작정치 그리고 반인권 전력을 가진 많은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선거를 위한 반성인지 진정한 반성인지는 머잖아 밝혀질 것이다. 민주당과 자민련의 몰락은 새로운 정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여겨진다. 민주당은 민의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한나라당과 공조하여 스스로 무덤을 팠다.

자민련은 유통기한이 지난 3김의 마지막 인물의 공식적 퇴장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져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많은 변화를 거쳐 이루어진 17대 국회에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열심히 살아가는 국민에 대한 배려가 우선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