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수산물 - 바지락이야기
바지락 칼국수 요리 별미·몸에 상처났을 때 먹으면 조기회복 바지락(Tapes philippinarum)은 백합과에 속하는 부족류(斧足類)의 식용 이매패로 각장 40㎜, 각고 30㎜ 정도의 긴 타원형이며 좌우가 불룩한 형태를 띠고 있다. 주서식 지역은 우리나라 전 해안 특히 서해안과 사할린섬, 일본, 중국, 대만 지역에 분포하며 간석지의 지반이 비교적 높은 데서부터 수심이 10여m 되는 데까지 살고 있다. 환경이 좋지 못한 곳에서 자란 개체는 앞뒤가 짧아 오똑이바지락이라고도 한다.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5월의 수산물 <바지락>에 대해 알아본다. / 편지자 주
근연종으로는 가는줄바지락(T.riegata) 있는데 형태는 바지락과 비슷하지만 외양적(外洋的) 환경을 좋아하고, 약간 작고 부풀어 오른 정도도 약하며 껍데기 겉면의 패임도 얕다. 또 색채도 주홍색을 띠며, 색 반점도 잘고 수관 촉수도 바지락과 다르다.
바지락의 패각 표면에는 가늘고 날카로운 방사륵(放射肋)이 있으며 성장윤맥(成長輪脈)과 엇갈려 올무늬모양을 하고 있다. 패각의 꼭대기는 앞쪽으로 치우쳐 경사져 있고 그 뒤쪽에 인대가 있어 양쪽의 패각을 연결한다.
패각의 색은 변이가 많아 흰색 바탕에 검은색의 산모양과 방사의 색띠가 있는 것에서부터 황갈색이며 물결모양인 것까지 다양하다. 패각의 색은 삶거나 오랫동안 보존하면 쉽게 변한다. 패각 안쪽부분은 흰데 뒤쪽에 보라색을 띤 개체도 있다.
산란기는 1년에 봄(5월 정도)과 가을(10∼11월) 두 번이다. 알은 지름 63∼66μm이고, 수정 후 10시간 정도면 벨리저유생이 되고, 22∼24시간에서 0.2∼0.23㎜ 정도가 되어 저생생활에 들어가는데 처음에는 족사, 즉 실모양의 분비물로 모래알에 부착한다.
많은 장소에서 1m²당 50만 이상의 치패(稚貝)가 침착하여 반 년에 각장 22㎜, 1년에 30㎜로 자란다. 1년 사이에 각장이 1.5배 정도, 무게가 약 3배로 성장하여 봄에 조수차가 큰 밀물과 썰물 때 내만의 간석지에서의 주요한 포획물이 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천합(淺蛤)이란 이름으로 적혀있으며 ‘큰 놈은 지름이 두 치 정도이고 껍데기가 매우 엷으며 가로, 세로 미세한 무늬가 있어 가느다랗게 짠 천과 비슷하다. 양 볼이 다른 것에 비해 높게 튀어나와 있을 뿐 아니라 살도 또한 풍부하다. 빛은 희거나 청흑색을 띠며 맛이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바지락은 국을 끓이거나 젓갈을 담궈 먹으며 날 것으로 먹기도 하지만 늦봄부터 초여름까지의 번식기에는 독성이 있어 위험하므로 날 것으로 먹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바지락을 이용한 조리 중 으뜸으로 꼽히는 것이 바지락 삶은 국물에 쫄깃쫄깃한 칼국수를 넣은 ‘바지락 칼국수’다.
바지락을 물에 넣고 끓이다가 입이 벌어지면 체로 걸러낸 후 소금과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칼국수를 넣어 끓이다가 호박 당근 등 야채를 넣고 건져낸 바지락을 다시 넣어 끓인 뒤 양념장을 곁들여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봄이 되면 바지락은 여름철 산란에 대비해 해수를 왕성하게 빨아들여 물 속의 유기물을 흡수해 크게 성장하므로 이 때가 가장 맛있는 시기로 3∼4월이 이에 해당한다. 흔히 바지락을 잡으면 몸 속에 모래가 많이 들어 있는데 이것은 잡힐 때 놀라서 흡입한 것으로 바닷물이나 소금물(농도 2.5∼3.2%)에 하룻밤 담가두면 자연히 배출된다.
바지락은 일본 사람들도 매우 좋아해서 우리나라에서 많이 수입해갔는데 일본에서는 아사리(淺)라고 부르며 중국에서는 페이루빈하자이(菲津濱蛤仔)라고 부른다. 예로부터 바지락과 재첩 등의 조개류는 황달과 간에 좋다고 알려졌는데 이는 현대 약리학으로도 증명이 됐다.
조갯국에는 담즙분비를 촉진하는 작용이 있고 간을 보호하는 글리코겐, 메티오닌, 시스틴 등의 성분이 들어 있음이 밝혀졌다. 또한 바지락에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을 100g 당 1,052㎎ 함유하고 있는데, 타우린은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을 배출하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므로 동맥경화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몸에 상처가 났을 때 바지락을 먹으면 좋다고 하는데 이는 바지락이 함유하고 있는 비타민B 복합체와 철분, 코발트 등의 성분이 조혈(造血)작용이 강해 상처를 빨리 회복시켜 주기 때문이다.
바지락은 양식이 쉬워 예로부터 연안의 어민들이 많이 채취 또는 종패를 뿌려 거두는 방법으로 양식해왔다. 1912년 경기도 연안의 간석지에서 양식이 최초로 시작되었으며 해방전인 1942년에는 양식 생산량이 355.5톤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후에도 양식생산량은 급격히 증가하여 1990년대에 6만톤 이상 생산되었으나 최근에는 어장환경 악화 등으로 급격히 감소하였다.
바지락은 패류 중에서도 굴과 담치류 다음으로 양식 생산량이 많으며,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소비되는 것 외에도 통조림 원료로도 그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새우 양식에 있어서 사료로 많이 이용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새우 양식의 발달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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