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주체는 국민, 정치인은 머슴
정치의 주체는 국민, 정치인은 머슴
  • 영광21
  • 승인 2004.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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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 박찬석 / 본지편집인
탄핵 전이나 탄핵 후나 별반 변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의 화법이 국민들의 마음을 졸이게 한다. 또 여전히 변하지 않고 구태의연한 낡은 정치를 펼치고 있는 국회가 우리를 짜증나게 한다. 국민들의 비판의 과녁이 된 이 정치권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야 제 정신을 차릴 것인지 암담하기만 하다.

새롭게 시작한 17대 국회는 개원에만 꼬박 한 달이 걸렸다. 개원협상이 손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짐작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할 일이 태산만큼 쌓여있는 국회의 개원을 당리당략에 치우쳐 한 달이나 늦춘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을 무시하는 후안무치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정치는 정치가에게 맡겨두고 국민들은 관람만 하라는 식으로 제멋대로 떠들어대는 정치권에 정말 이골이 난다. 분명 정치는 시민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조정하는 한 기능이다.

따라서 정치권이라고 하는 것은 시민사회와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한 영역이며, 특히 시민사회의 이해를 대변하는 종속적 지위에 있는 하위영역이라는 인식을 정치인들이 가져야 한다. 쉽게 말해서 국민들의 머슴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오랫동안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별도의 영역으로 간주하여 그 사이에 높은 울타리를 둘러쳤다. 심지어는 이렇게 분리된 상태에서 정치권이 시민사회를 지배한다는 가당찮은 착각까지 하고 있다. 이렇게 골빈 정치권은 단지 시민사회의 일부일 뿐이다.

따라서 국민들은 정치를 시민사회에 끌어들여 효과적으로 지배하고 통제해야 한다. 조선경국대전에서 정도전은 이렇게 말했다. “군주는 국가에 의존하고, 국가는 백성에게 의존한다. 그러므로 백성은 국가의 근본이며 군주의 하늘이다” 이것이 조선 민본주의의 정신이다.

하물며 우리가 사는 시대는 지나간 민본의 시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는 민주의 시대이다. 이 민주의 시대에 주권자인 국민을 정치적 객체로 만들어 대상화하는 논리는 시대착오적이랄 수밖에 없다.

정치가를 정치적 주체로 알고 국민을 객체화해서 표로만 의식하는 것은 오만한 정치권이 만들어낸 그릇된 결과 정도가 아니라 정치에 대한 왜곡이자 민주주의의 일탈이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에서 정치가는 정치적 주체가 아니라 정치적 주체인 국민의 기능적 대행자인 하인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왕조사회가 아닌 한 정치에는 객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주체와 그 주체의 대행자만 존재할 뿐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정치의 주체는 국민이고 정치가는 그 대행자이다. 정치는 정치권에서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일시적으로 위임하는 것이다. 위임정치의 궁극적인 주체도 국민이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비판과 감시는 국외자로서의 행위가 아니라 정치적 주체로서의 행위이며, 따라서 국민에겐 정치적 중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정치와 생활을 분리하지 않으며, 생활 속에서 정치를 실천하며 정치 속에서 생활의 미래를 발견한다.

이제 정치를 선거로만 간주하는 정치권의 편협한 먹구름은 걷혀야 한다. 정치를 선거에 국한한다는 것은 국민주권이 선거철에만 작동된다는 뜻이다. 권력집단에 의해 외부로부터 강요된 인식이지만, 어느새 내면화되어버린 이 잘못된 인식이 민주화 과정에서도 교정되지 못하고 그대로 전승되었다.

그로 인해 선거 결과는 만족스러운 반면 정치는 매우 불만족스런 지금과 같은 모순적인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두 눈을 부릅뜨고 정치권의 못된 독선을 깨부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