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았으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았으면…”
  • 영광21
  • 승인 2004.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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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 명절 한가위에 바라는 소원

“올 추석 대중교통 이용을 바랍니다”


정영훈씨 - 영광읍 / 버스터미널 근무

영광버스터미널에서 근무한지 15년 됐다는 정영훈(51)씨. 15년 동안 대중과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한 그는 “예전에는 명절이면 표를 예매하기 위해200~300명씩 줄을 길게 늘어서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그런 모습을 전혀 볼 수 없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보다는 자가용을 많이 이용해서인지 요즘은 예매표도 여유가 있고 터미널 주변 상가와 영업용 택시들도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고 과거와 많이 달라진 추석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또 “오랫만에 고향을 찾아온 귀성객들은 공공질서를 잘 지켜주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며 “들뜬 기분으로 행동이 과격해지거나 불손해지는 일이 없도록 마음을 차분히 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고향을 방문하길 바란다”고 걱정과 당부를 전했다.
직업 특성상 명절에 더욱 바쁜 그는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이 대중교통을 많이 애용해 줄 것을 희망했다.

“네가 너무도 보고 싶구나”

조공례씨 - 낙월면 / 농업
낙월면에 살고 있는 조공례(78)할머니는 한평생을 낙월도에서 지내고 있다. 6·25전쟁으로 남편과 사별하고 부모를 잃은 이웃집 아이를 데려와 친딸처럼 키운 조 할머니는 올 추석도 찾아올 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내가 직접 나은 딸은 아니지만 그 아이가 잘 자라 좋은 남편을 만나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정말 고마워”라며 “일찍 부모를 잃고 나같이 못난 애미를 만나 풍족하게 살지 못한 딸아이가 항상 행복하기만을 바란다”고 그리움이 가득 전했다.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그 이상으로 정을 쏟았기에 여한은 없다”며 쓸쓸함을 내비치는 조 할머니는 날품팔이를 마다하지 않고 궂은 일을 하며 온갖 정성으로 뒷바라지를 해온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을 중천에 떠있는 보름달만큼 사랑하고 있었다.

“가족과 행복한 명절 보내시길…”

임대섭씨 - 염산면 / 염산농협
추석을 20여일 앞둔 지난 6일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우울한 추석을 맞이하게 될 것 같다는 임대섭(48)씨. 임 씨는 “추석은 어머니의 그 따스함 자체였고 그리움의 상징이었던 어머니를 이젠 목놓아 불러보아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며 “어머니가 손수 가꾸던 땅콩이며 들녘의 오곡들은 추수할 날만 기다리고 있는데 속절없이 떠나가신 어머니 때문에 올 추석은 즐겁기보다는 쓸쓸한 한가위가 될 것 같다”고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전했다.

늘 그랬듯이 올 추석에도 수십만대의 차량들이 고향의 그리움과 사랑하는 가족들의 재회를 위한 대이동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들뜨고 즐거운 명절뒤엔 임 씨와 같은 슬픈 사연의 주인공들도 제법 숨어 있을 듯 싶다. 임 씨는 “추석이 지나 낙엽이지고 흰눈이 내리면 두 아들과 서해안 바닷가를 걸으며 어머니와의 정겨웠던 아름다운 추억들을 이야기 해 주겠다”며 그리움을 위로했다.

“추수 결실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

윤영혜씨 - 백수읍 / 백수읍사무소
“추석은 곡식과 과일들이 익어 수확을 거두는 계절이고 1년 중 가장 큰 만월을 맞이하는 즐겁고 마음이 풍족한 날이다”고 말하는 윤혜영(28)씨. 그는 읍사무소에 근무하는 공무원답게 추석에 지켜야 할 기본예절에 대해 말했다.

윤 씨는 “추석이 돼도 벌초를 하지 않은 무덤은 자손이 없거나 임자가 없는 무덤일수도 있지만 자손이 있어도 조상의 무덤을 돌보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이 안타깝다”며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는 명절고유의 오랜 전통을 잊지 않고 자식된 도리를 잘 지키는 뜻깊은 명절이 되길 바란다”고 세시풍속의 소중함을 전했다. 윤 씨는 주민 모두가 추수의 결실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으로 반가운 가족들과 정담을 나누며 떠오를 힘찬 보름달처럼 이어질 삶 또한 의미 있게 채워지길 소원했다.

“친구들아 명절 즐겁게 보내라”

정은미양 - 묘량면 / 법성고 2년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날마다 불경기라고 해 엄마가 운영하는 가게가 걱정이다”는 정은미(17)학생. 2남1녀의 장녀로 집안 일을 많이 도와주는 정은미 학생은 춤에 소질이 있어 주위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꿈 많은 여고생이다.

정은미 학생은 “추석은 온 가족이 송편을 빚으면서 웃음꽃을 피우고 예쁜 옷 등을 선물 받을 수 있어 즐거운 날이다”며 “이번 추석에도 가족들과 친척들 모두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순수하고 귀여운 바램을 전했다. 또 친구에게 인기 많은 여학생답게 “내 친구 영웅슈렉 삼순이 라낭이 등 항상 내 옆에서 도움을 많이 주는 고마운 친구들도 즐거운 추석이 되길 바란다”고 달님에게 소원을 빌었다.

“추석 기점으로 지역경기 되살아나길”

김만기씨 - 법성면 / 자영업
법성에서 수년째 굴비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만기(35)씨. 그는 “올해는 불경기라 그런지 저렴한 굴비가 많이 나가고 가격이 높은 굴비를 찾는 손님은 별로 없다”며 “특히 올 추석은 값싼 중국산 조기를 수입해 소비자를 우롱하는 몇몇 상인들 때문에 국산조기를 사용하는 대다수의 업체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침체된 경기를 전했다.

김 씨는 “경기가 침체돼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은 이번 명절이 예년보다 많이 어두운 명절이 될 것 같다”며 “이번 추석에 품질과 맛이 좋은 굴비가 전국에 많이 팔리고 홍보돼 나빠진 영광굴비 이미지가 많이 회복되길 바란다”고 희망을 밝혔다. 비록 경기가 어려워 경제의 풍요로움은 덜 할지라도 마음만은 넉넉한 인심 좋은 추석을 맞이하길 그는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