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식장은 수심 20m 이내의 대륙붕 해역으로 아침에는 수심 5m, 낮에는 10m, 저녁에는 거의 표층에서 생활한다. 봄에는 연안의 내만에 들어 왔다가 가을에 남쪽 바깥바다로 이동해 겨울을 지낸 후 봄에 연안으로 다시 돌아온다. 연중 성숙된 알을 가지고 있으나, 산란기는 봄과 가을 2차례이다. 산란장은 수심 200m 이내인 대륙붕의 수심 20~30m 층에서 한밤중에 산란한다.
봄에 낳은 무리는 1개월만에 체장 3cm 내외, 여름에 5∼7cm, 가을에 8∼10cm로 자라며, 다음해 봄이 되면 체장 11∼13cm로 자라 산란하러 연안으로 몰려든다. 가을에 낳은 무리는 다음해 가을에 체장 11∼12cm로 자라 산란에 참가한다. 최대 체장 15cm까지 자라며 수명은 1년 반이다. 식성은 요각류 등을 주로 먹는 플랑크톤 식성으로 이외에 새우류의 유생, 규조류, 조개유생 등을 먹는다.
멸치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플랑크톤을 먹으면서 육식성 어류의 먹이가 되기 때문에 해양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가장 낮은 지위에 속한다. 따라서 이들은 체형의 최소화, 다산, 빠른 부화, 조기성숙 등의 능력을 통해 먹고 먹히는 생태계에서 종을 유지 번식시키고 있다.
멸치란 이름은 한자로 멸치(蔑致) 멸어(滅魚) 멸치어(滅致魚)로 불리는데, ‘물 밖으로 나오면 금방 죽는다’는 뜻에서 나온 이름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아래턱이 위턱에 비해 몹시 작아 가다구찌이와시(カタクチイワシ, 片口?), 즉 정어리류 중 턱이 하나밖에 없는 종이란 뜻의 이름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방언으로는 제주에서는 행어, 남해안에서는 멸오치, 전남에서는 멸, 강릉에서는 큰 멸치를 앵매리, 포항에서는 중간 크기의 멸치를 드중다리, 중다리, 작은 것을 사와멸치, 눈퉁이, 진도에서는 국수멸이라고 한다. 예부터 친근한 서민적 어류인지라 고서에서도 멸치에 대한 기록들이 많다.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멸치(秋魚, 추어)가 ‘몸이 작고 큰 놈은 서너치, 빛깔은 청백색이다.
6월초에 연안에 나타나 서리 내릴 때에 물러간다. 성질은 밝은 빛을 좋아한다. 밤에 어부들은 불을 밝혀 멸치를 유인해 함정에 이르면 손그물(匡網, 광망)로 떠서 잡는다. 이 물고기로는 국이나 젓갈을 만들며 말려서 포도 만든다’ 라고 기록돼 있다.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와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에 의하면 ‘동해에서 산출되는 멸치는 방어 떼에 쫓겨 그 세가 마치 풍도(風濤)처럼 대량으로 몰려오면, 어부는 방어떼가 온다는 것을 알고 이를 큰 그물로 둘러싸면 그물이 온통 멸치이므로 방어를 골라 낸 후에 남은 멸치는 모래사장에 말려 판매하는데 전국에 넘쳐흐른다’고 하였다.
영양적인 측면에서 멸치는 단백질(말린 멸치 100g 당 47.4g)과 칼슘(말린 멸치 100g 당 1,905mg) 등 무기질이 풍부해서 특히 발육기의 어린이나 성장기의 청소년, 임산부에게는 아주 좋은 생선이다. 불안하거나 신경질이 나는 것은 체내 칼슘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매일 일정량의 칼슘을 섭취하면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매우 좋다. 그러나 칼슘은 나이 든 후에 섭취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성장기 청소년들은 평소에 자주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멸치는 우리 생활속에 깊이 자리잡은 어류로 생선 구경하기 힘든 산간벽지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중적이고 서민적이다. 국을 끓일 때 멸치 국물만한 것이 없고, 김장의 멸치젓은 빠질 수 없는 재료이다. 말린 멸치는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안주감으로 더없이 좋고 갓 잡은 굵은 알배기는 회(?) 맛이 일품이고 소금구이 또한 별미이다. 멸치는 봄(5월)과 가을(10월)이 제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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