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 박찬석 / 본지편집인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시정연설에서 건설경기 활성화대책을 추진하는 이른바 ‘뉴딜적 종합 투자계획’으로 경기를 활성화하겠다고 역설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금년 하반기 확대키로 결정한 공공지출 등 4조5,000억원을 차질없이 집행하고 내년도 상반기 재정의 조기 집행, 부문별 감세정책, 연기금의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이 뒷받침되면 2005년 하반기와 2006년부터는 건설경기가 회복되고 소비가 진작될 것”이라고 말했다.또 은행연합회는 24일 9월말 현재 개인 신용불량자수가 전달에 비해 0.64%인 2만3,519명이 줄어든 366만1,159명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5월에 개인 신용불량자수는 373만7,319명에서 6월에는 369만3,643명으로 처음으로 감소했다가 7월에는 다시 370만336명으로 소폭 증가한 뒤 8월 이후에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재정경제부는 지난달 26일 배드뱅크와 신용회복위원회, 개별 금융기관의 신용회복지원프로그램 등에 힘입어 올해 모두 약 61만 명의 금융거래자가 신용구제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외견상으로 인정되는 신용불량자 수의 감소와 배드뱅크 등에서 이루어지는 신용구제 건수를 근거로 재정경제부는 아마도 올해 3월10일에 발표한 신용불량자 대책이 제 기능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신용불량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이러한 수치들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신용불량자 문제가 해결의 큰 가닥을 잡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신용불량자 문제는 개인파산위기에 처한 과중채무자 문제의 해결을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고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
재정경제부의 신용불량자 해결방안은 주로 소규모 연체자나 채무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개인에게 집중돼 있고 실제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고액의 과중채무자들에 대하여는 법원의 개인회생제도와 개인파산제도를 언급할 뿐 거의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원의 개인파산제도는 올해 약 1만건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 9월23일부터 시행된 개인회생제도도 월 수백건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도의 채무조정으로는 심각한 신용위기를 겪고 있는 과중채무자들에게 실효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
재정경제부는 수차에 걸친 신용불량자 대책을 발표하면서 신용불량자 문제의 해결은 경기회복을 통해 채무자의 채무상환능력을 높여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는 일관된 입장을 밝혀왔다. 그렇다면 정부의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신용불량자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경제가 극심한 내수 침체에 시달리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돌지 않기 때문에 생긴 문제이다.
경제 주체의 일익을 담당하는 가계는 과도한 가계부채의 원리금 상환부담으로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고, 경제활동인구 중 약 17%를 차지하는 신용불량자 문제가 내수 경기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개인신용위기가 해결돼야만 한다. 경기가 회복되면 신용불량자 문제가 해결된다는 발상을 버리고 개인신용위기 해결 없이는 경기회복이나 경제성장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여야 한다.
개인신용위기의 해결은 선진외국의 경험에 비춰 보았을 때 소비자 도산제도의 정비와 활성화를 기본축으로 한 다양한 사적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과중채무자들에게 법률지원을 포함한 종합적인 상담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 항상 민생을 염려한다는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획기적인 방안을 도출해내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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