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매제 폐지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 폐기
지난 6개월간 극비리에 진행된 쌀 재협상이 중국을 끝으로 모든 실무협상이 마무리됐다. 현재까지 알려진 협상내용을 보면 <관세화 10년간 유예, 의무수입량 8~9%까지 확대, 수입량의 10% 소비자 시판 허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3일 진행된 중국과의 마지막 협상이 결렬됨으로써 정부는 오는 15일 위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관세화 유예기간을 연장할지, 아니면 관세화 개방을 할 것인지를 국민에게 묻는 대토론회를 통해 결정한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이 두가지 모두 어느 것으로 결정되든 완전개방이나 다름없을 뿐이다. 우리는 “쌀은 곧 생명이고 국가의 주권이기에 농민과 농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국민의 먹는 문제가 걸린 문제이며 국가적으로 식량주권을 지켜내느냐 내주느냐의 문제이기에 쌀개방은 절대 안된다”고 주장하며 협상내용을 공개할 것과 이를 국민투표에 부칠 것을 지금까지 줄곧 요구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어떠한 모습을 보였는가. 농림부장관은 오히려 개방농정의 전도사가 돼 농업구조조정에 발 벗고 나서고 있고 정당한 농민들의 요구를 마구잡이 연행과 체포영장발부로 답하고 있다. 이 나라 농림부는 농민을 위한 농림부인가, 이 나라 정부는 국민을 위한 정부인가?
이렇게 농업과 농민을 포기하며 식량주권을 내주려고 안달이 나있는 정부의 모습을 침통한 심정으로 바라보며 가슴속 울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한번 농민들의 심정을 대표해 촉구한다.
첫째, 국민적 합의없이 진행된 쌀 재협상은 무효이다. 정부는 협상안을 파기하라. 누구를 위한 협상이었고 그 협상 속에 농민과 국민은 과연 있었는가. 오로지 WTO를 내세운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협상이었음이 만천하에 밝혀진 이상 쌀 재협상안의 파기를 국제적으로 선언해야 한다.
둘째, 쌀개방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하라. 나라의 수도문제도 500년 역사를 언급하며 ‘관습헌법’이라 운운하는데 쌀은 우리 민족과 반만년을 함께해 온 역사 문화 민족의 생명줄이다. 이보다 무엇이 더 중요한 ‘관습헌법적 지위’를 유지하겠는가. 지금이라도 대통령과 정부는 국가안위의 사안중 최고의 중요한 사안인 쌀개방 찬반에 관한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셋째, 수매제 폐지를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을 강력 규탄한다. 선진국 대다수는 수매제를 유지해 자국의 식량주권을 유지하는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수매제도와는 그 범위와 형식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러함에도 정부가 수매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쌀 개방과 더불어 식량주권을 내주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인 것이다.
넷째, 반농민적 반농업적 개방농정의 전도사 허상만 농림부장관은 즉각 퇴진하라. 허상만 장관은 지난달 28일 중앙일보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이제는 농민과 지방자치단체도 농업을 살릴 방안을 스스로 찾고 사업실패에 대한 책임도 져야한다” “지난 10년간 추곡수매가가 26% 올랐다. 쌀값이 계속 올랐기 때문에 농민들이 고품질의 쌀을 생산하고 경쟁할 기회를 아예 갖지 못했다” “향후 몇년이 우리농업의 마지막 구조조정 기회”라고 하는 등 망발을 서슴치 않았다.
이는 쌀개방을 정점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농업노동자로 전락시키고 도시빈민자로 내몰려는 정부 의도를 만천하에 확인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러한 허상만 장관을 반농민적 반농업적 개방농정의 전도사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하며 장관직에서 즉각 퇴진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11월13일 투쟁의 시발점으로 2박3일 서울 거점 투쟁, 11월19일 2차 투쟁 등으로 기필코 정부의 쌀개방 농업정책을 막을 것이며 지역경제의 근간인 농업을 지키기 위해 온 군민이 투쟁의 대장정에 함께 할 것이다.
정정옥 회장<영광군농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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