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우리의 해
풍속에서는 닭이 상서롭고 신통력을 지닌 서조로 여겨져왔다. 새벽을 알리는 우렁찬 닭의 울음소리. 그것은 한 시대의 시작을 상징하는 서곡으로 받아 들여졌다. 닭이 주력(呪力)을 갖는다는 전통적 신앙도 그 여명을 하는 주력(呪力)때문일 것이다. 밤에 횡행하던 귀신이나 요괴도 닭 울음소리가 들리면 일시에 지상에서 사라져 버린다고 민간신앙에서는 믿고 있었다. 즉 닭의 벼슬(冠)은 문(文)을, 발톱은 무(武)를 나타내며 적을 앞에 두고 용감히 싸우는 것은 용(勇)이며, 먹이를 보고 꼭꼭거려 무리를 부르는 것은 인(仁), 때를 맞추어 울어서 새벽을 알림은 신(信)이라 했다. 닭이 본격적으로 한국 문화의 상징적 존재로서 나타나게 된 것은 삼국유사에서 박혁거세와 김알지의 신라 건국 신화에서부터다.
구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지난해의 불행은 모두 사라지고 행복만 가득하라는 말 가운데 ‘닭이 우니 새해의 복이 오고 개가 짖으니 지난해의 재앙이 사라진다’는 덕담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닭을 영물로 여기고 설날 첫 아침 식사, 백연가약 혼인 의례의 증인으로 그리고 귀한 손님이 왔을 때에 닭을 등장시켰던 것이다.
이제 을유년의 새아침이 밝았다. 태어나서 처음 맞이하는 닭띠 어린이. 그리고 올해로 5번째 을유년을 맞이하고 또 환갑을 맞이하는 어르신. 그들과 새해맞이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인터뷰 - 채 혁(61)씨 / 을유회 회장
“어려워도 마음만은 풍족한 해가 되길”
·5번째 을유해를 맞는 소감은 어떠한가
항상 새해를 맞을 때마다 새롭다. 그러나 올해는 환갑을 맞는 해라 더욱 의미가 있다고 본다. 특히 우리 동갑들은 일제시대를 마감하는 해에 태어나 어둠에서 빛을 줬다는 자부심 같은 것이 있다. 그후 6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맞은 을유년에는 남북분단이 하나돼 통일을 이루는 또 다른 의미를 남기는 해가 됐으면 한다.· 현재 영광군을유회 회장을 맡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회원들에게 하고픈 이야기는
지금까지 별다른 일없이 모두가 잘 지내왔듯 새해에도 변함없이 건강을 지키며 더불어 이웃도 챙기면서 즐겁게 지내길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고자 하는 여러 일들에 잘 동참하고 따라준 것이 가장 감사하다. 환갑을 맞아 가벼운 여행이라도 다녀오도록 계획을 세워보겠다.·끝으로 하고픈 이야기는 없는지
염산에서 7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나 농사도 짓고 사업도 하며 살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가 어렵다. 염산지역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지역의 발전을 위한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하고 어렵더라도 마음만은 넓게 나누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그리고 늘 고생하는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3명의 아들녀석들도 새해엔 장가도 가고 소속된 사회에서 부끄럽지 않는 사람으로 바르게 생활하기 바란다.인터뷰 - 양세진(13) 학생 / 백수남초등 5년
“새해엔 북한 친구들과 만나고 싶어요”
·태어나서 처음 닭의 해를 맞이한 느낌을 말한다면
올해는 최고 학년인 6학년이 될 수 있어 기분이 아주 좋다. 거기에다 닭의 해라 그 기쁨이 배가되는 것 같다. 하지만 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도 든다. 닭이 세상에서 제일먼저 깨어나 사람들에게 시간을 알려주는 것처럼 동생들을 잘 돌봐주는 모범적인 선배가 되고 친구들을 도울 수 있는 바른 학생이 되도록 하겠다.·새해를 맞아 특별히 계획한 일이나 다짐이 있다면
한 살을 더 먹게 되니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공부도 열심히 하며 심부름이나 집안의 조그마한 일 등을 잘 도와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 또 통일이 돼 북한친구들과 뛰놀고 싶은 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이나 편지를 북한 친구들에게 꼭 보내주고 싶다.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북한 어린이들과 남한 어린이가 함께 문제를 푸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북한 어린이는 우리 민족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더 하고싶은 이야기는
을유년 1월13일에 태어난 저는 아버지 어머니 동생 오빠 이렇게 다섯 식구와 함께 살고 있다. 늘 우리들을 위해 농사와 염전 일을 하시며 애쓰시는 아버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며 자상하게 돌봐주는 어머니. 지금 군대에 가 있는 오빠. 그리고 동생까지 모두 건강한 한해가 되길 바라고 언제나 웃음꽃이 만발한 가정이 됐으면 한다. 그러나 지난해 함께 했던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과 헤어지는 것은 새해를 맞는 기쁨 뒤에 조금 서운하다.저작권자 © 영광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