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세계 최초 방폐물 유리화기술 상용화 착수
한수원 사보 올 1월호 게재…후보지 선정 무리수 지난 4일 핵폐기장(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후보지 선정은 현재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장의 저장능력이 오는 2008년부터 포화상태에 이르러 건설기간 등을 고려할 때 시급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에서는 저장능력의 포화상태 주장은 1980년대 중반부터 옛 한전시절부터 주장된 것이라며 먼저 핵정책의 전환이 없는 상태의 폐기장 건설은 핵산업을 지속시키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본지는 한수원이 자체 사보로 발행한 올 1월호에서 '세계 최초 방폐물 유리화기술 상용화 착수' 기고(26~27쪽)를 확인했다. 이는 보다 안전한 상태의 기술 상용화를 통한다면 현재 상태에서 추진하려는 폐기장 건설정책이 무리수아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참고로 글에서 표현된 '우리회사'는 한수원임을 밝힌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전체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우리 회사가 공들여 추진해온 방사성폐기물 유리화 기술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착수, 원전산업에 새로운 희소식을 가져다주고 있다. 이 유리화 기술개발을 통해 방사성폐기물은 얼마나 더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지, 연구개발 배경과 우수성, 앞으로의 비전에 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원자력환경기술원은 지난 94년부터 추진해온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하 방폐물) 유리화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상용설비 건설에 착수했다.
원자력환경기술원 연구개발실 유리화연구그룹은 그 동안 외부 연구자금 810만 불을 유치하는 한편 실험실에서 시작한 연구를 상용화시키는 쾌거를 이룩하는 등 국내 원자력분야 연구개발사에 신기원을 수립했다.
지난 8년여 동안 여러 가지 어려운 연구환경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술을 개발한 연구업적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폐기물 포화상태따른 부피 최소화
1978년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원전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해 현재 국내 전력 발전량의 40% 이상을 원전이 담당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선준위가 낮은 방폐물에는 작업자들이 사용한 장갑, 덧신, 작업복, 각종 종이류 및 비닐류를 비롯해 수처리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이온교환수지 등 가연성 폐기물과 철재류, 콘크리트, 유리, 전구 등 비가연성 폐기물이 있다.
이렇게 발생된 중·저준위 방폐물은 압축 또는 건조 고화처리 후 발전소 내 임시 저장고에 저장해왔다.
그러나 중·저준위 방폐물처분장 건설이 지연되면서 현재의 임시저장고는 머잖아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발생된 중·저준위 방폐물 부피를 최대한 감소시킴과 동시에 방폐물의 처분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원자력을 이용하고 있는 우리 세대의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다.
우리 회사는 원전의 안정적 추진에 영향을 주는 큰 요인 중의 하나가 방폐물의 안전한 관리로 보고 집중적으로 관리해 왔다. 우리 회사는 일찍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게 방폐물을 관리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수립해 추진해 왔다.
그 동안 우리 회사의 임직원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호기당 연간 드럼 발생량을 150드럼으로 낮추는 성과를 앞당겨 달성한 것이다.
우리 회사는 향후 호기당 연간 발생 드럼 수를 현재의 150드럼에서 35드럼으로 감소시키기 위해 차세대 방폐물 처리분야에서 꿈의 기술이라 부르는 '유리화 기술개발'을 착수하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중·저준위 방폐물 유리화에 대해 회의를 품고 있을 때 우리 회사는 과감하게 10년 앞을 내다보고 연구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독특한 유리화 실증설비 개발
유리화 기술은 용융상태의 유리 위에 폐기물을 투입, 폐기물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폐기물 내에 함유된 방사성물질을 유리 구조 내에 안전한 형태로 가두는 기술이다. 중·저준위 방폐물 속에 들어있는 방사성 핵종들을 유리 구조 내에 안정한 형태로 가둠으로써 방폐물 처분시 환경으로 유출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처분장에 처분된 유리고화체는 백만년 정도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유리고화체가 처분장에서 설령 나쁜 조건에 노출된다 할지라도 유리고화체 속에 갇힌 방사성 물질은 거의 환경으로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폐기물을 유리고화체로 만들어 처분하게 되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처분장 운영이 가능하다.
가연성 폐기물은 유도가열식 저온용융로(CCM)로 처리하고 비가연성 폐기물은 플라즈마토치 용융로(PTM)로 처리하는 독자적인 복합공정을 도출하였고 프랑스 SGN사 및 현대모비스(주)와 공동으로 유리화 실증설비를 개발하여 1999년 7월 대덕연구단지 내에 유리화 실증설비를 건설하였다.
유도가열식 저온용융로란 유도코일로 둘러 싸인 수냉식 저온용융로 내에 유리를 넣고 고주파발생기(HFG)를 통하여 유도코일에 고주파의 전류를 흘려주게 되면 유리에 유도전류와 함께 고온의 열이 발생되고 이때 발생한 열로 유리를 녹이고 가연성폐기물을 연소 분해시키는 용융로를 말한다.
플라즈마토치 용융로는 유도가열식 저온용융로로 처리하기 어려운 비가연성폐기물을 고온의 플라즈마로 용융하는 장치이다. 비가연성폐기물을 플라즈마 토치로 용융시키면 폐기물이 안정화됨과 동시에 부피도 줄어들게 된다.
유도가열식 저온용융로와 플라즈마 토치용융로에서 발생되는 배기체는 배관냉각기와 고온필터, 후단연소기, 배기체냉각기, 세정기, 활성탄필터, 헤파필터, 질소산화물 제거계통으로 이루어진 배기 계통 등을 통해 환경방출 규제치 보다 훨씬 낮은 농도로 안전하게 처리된다.
실증설비의 안전성 및 우수성 입증
그 동안 본 실증설비를 이용하여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되는 가연성 및 비가연성 모의폐기물을 대상으로 100여 회의 실증시험을 수행하였다.
실증시험을 통해 설비가 개선되고 세계적으로 독특한 유리화 공정이 개발되었다. 우리 회사가 개발한 유리화 공정은 가연성 잡고체와 수명이 다한 이온교환수지를 동시에 투입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은 품질이 양호한 유리고화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무게의 유리를 이용하여 더 많은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폐기물의 발생부피를 더욱 더 줄일 수 있다.
또한 120~180시간에 달하는 수 차례의 장기시험을 통해 유리화 실증설비의 안전성을 입증했고, 실증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유리화 상용설비의 설계공정자료집을 생산함으로써 상용화를 위한 기술개발을 완료했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유리화를 위해서는 폐기물 종류에 따라 적절한 조성을 갖는 유리를 선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유리조성 개발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내에 함유되어있는 금속 및 무기성분을 용융유리와 안정적으로 결합시켜 품질이 우수한 유리고화체를 만드는 분야이다.
원자력환경기술원은 유리화 대상 폐기물들에 함유되어 있는 조성 가운데 유리를 구성하는 무기물들의 조성을 조사하여 폐기물 종류별로 안정성과 감용 효과가 우수한 최적의 유리를 개발하였으며 실증시험을 통해 그 성능을 입증하였다.
우리가 개발한 유리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공인된 침출시험을 실시한 결과 미국에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에 사용하는 유리보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리화 기술 우수성 국제적인 인증
유리화 기술은 이미 국제적인 검증과 인증단계를 거쳤다.
8년여 동안의 연구개발과정 중에 국제 전문학술지 및 학술대회에 수십 편의 논문을 발표하여 전문가들의 검증을 받았다. 또한 2001년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우리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하여 국제협력프로그램으로 선정했다.
이 프로그램은 국제원자력기구가 연구비를 전액 부담하고 여러 나라와의 협력 하에 진행되며 유리화 상용설비의 운전편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할 때 우리 기술은 국제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우리 기술을 도입하고자 하는 의향을 보내왔고 현재 검토 중에 있다.
우리 회사가 개발한 유리화 기술은 이미 지난 2002년 9월 상용화를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우리의 기술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정부가 상용화에 필요한 비용의 60%를 지원하기로 결정, 상용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 따라서 우리 회사는 2007년에 1기의 유리화 상용설비를 운영하는 것을 필두로 모든 원전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원전 부지단위별로 유리화 상용설비를 건설하여 각 원전부지에서 발생되는 방사성폐기물을 더욱더 안전하게 처리할 예정이다.
유리화 기술은 방사성폐기물 관리의 안전성을 대폭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나라 원자력발전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선정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박종길<원자력환경기술원 연구개발실 용융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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