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먹고 사는게 얼마나 중요한 지 바로 알리자
국민에게 먹고 사는게 얼마나 중요한 지 바로 알리자
  • 영광21
  • 승인 2005.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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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0 농민총파업투쟁을 맞아 정정옥<영광군농민회장>
한날 한시 통일된 행동으로 국회비준 저지하고 식량주권 사수하자.
총파업이라 하면 노동자들이나 하는 줄 알았는데 농민들이 파업을 한다는 게 다소 어색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 농민들이 총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알게 될 것이며, 350만 농민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농민 총파업을 성사시키기만 한다면 역사상 가장 위력적인 투쟁이 될 것이고, 더 이상 개방농정의 희생양이 아니라 정부도 무시 못하게 된다.

파업(罷業)이라 하면 일(業)을 파(罷)한다는 의미이다. '농민총파업'이라 하면 350만 농민들이 WTO와 살농정책을 펼치는 정부 때문에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어 농업을 파(罷)하고, 천직으로 알고 있는 농민이기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농민들은 지금까지 고구마, 고추, 파, 마늘, 쌀 등 농산물의 가격보장을 요구하는 시위에서부터 우루과이라운드(UR)반대, 자유무역협정(FTA)반대 등 개방농정에 반대하는 시위까지 안해 본 투쟁이 없다. 또 시위형태도 농산물을 적재해보고, 소도 풀어 보고, 고속도로도 막아 보고, 10만이 넘는 대규모 시위대가 상경해서 서울 곳곳을 휘저어도 봤다.

우리 농민들의 피땀 어린 투쟁으로 성과도 있었지만 수입개방을 강요하는 외세와 정부의 살농정책에 맞서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오히려 정부는 민족의 생명줄인 쌀까지 개방하고, 6월 국회에서 비준하려 들고 있다.

농민총파업? 앉아서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 농업을 지키고 우리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는 농민들을 죽이려 덤비는 외세와 정부의 힘보다 더욱 커야 한다. 몇몇이서 몽둥이 들고 피흘리며 싸워도 봤고, 하루 동안 10만명이 넘는 농민들이 모여 데모도 해 봤지만 다음날이면 잠잠해졌다.

또 국회의원들을 설득해 비준반대 서약도 받았지만 국회비준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제는 우리가 돈 들여 서울까지 가서 시민들을 만나고 사정하듯 요구하지 말고, 도시민들이 먼저 정부를 압박해서 정부가 먼저 제 발로 우리를 찾아와 사정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우리 농민들에게는 노동자들과의 파업과는 비교도 안 될 무기가 있다. 그것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쌀 안 팔고 농산물 안 팔아 버리는 것이다.
제 아무리 고관대작이라도 밥 안 먹고, 농산물 안 먹고는 못사는 법이다.

농민들이 쌀 안 팔고 농산물 안 팔겠다는 선포만 해도 농산물 가격은 요동을 칠 것이고, 농산물 특성상 사재기에도 한계가 있고, 당장 먹을 게 없으면 이보다 더 큰 사회적 관심을 없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굳이 서울에 안 가도, 굳이 자식 같은 전경들하고 피 흘리고 싸우지 않아도 도시민들이 정부를 압박해서 정부가 먼저 제 발로 농민들에게 찾아와 협상하자고 덤빌 것이다.

그러면 쌀개방 국회비준도, 추곡수매제도 다시 원점에 돌려놓고 그야말로 협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노동자들의 총파업과는 비교도 안 되는 우리 농민식 총파업이다.

농민 총파업 어떻게 할 것인가?
2003년도에 화물연대가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라는 구호를 들고 파업했다. 전국의 대형화물차가 항만과 공항에 들어오는 대형 컨테이너 운송을 거부하자 언론은 연일 대대적 보도를 했고 정부가 협상에 직접 나서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요구조건을 대부분 들어줬다.

또 부(富)의 상징인 의사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진료거부를 해 집단이기주의로 국민들의 비판을 받았지만,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1주일도 안가 결국 국민도 정부도 굴복을 하고 말았다.

우리 농민들에게는 화물연대와 의사들의 요구와는 비교도 안 되는 명분이 있다. 식량주권을 지키고 민족농업을 지키겠다는 역사적 임무이다.

문제는 350만 농민들이 얼마나 똘똘 뭉치냐 하는데 있다. 힘을 발휘하려면 한날 한시에 통일된 행동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몇몇 사람이나 지역이 아니라 제주에서 강원까지 350만 농민들이 한 몸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날이 바로 6월20일이다.

오는 6월20일 단 하루는 마을마다 농민총파업 성사를 알리는 프랑으로 나부끼고, 논밭을 갈던 트랙터는 군청으로 행하고, 경운기는 퇴비 대신 솥단지를 싣고 군청으로 집결하며, 하루 종일 돌아가던 미곡처리장의 육중한 엔진은 더운 열기를 식히고, 분주하던 농협 사무실을 임시휴무 안내문이 붙어 있고,

농협 직원들은 군청앞 농민대회장에서 목이 쉰 농민들을 대신해 '농민가'를 부르자. 또 작목반별로 농민총파업을 지지하며 출하를 거부하고, 가락동농산물 공판장은 배추 한포기만 싣고 온 트럭으로 입구는 개미 새끼 하나 얼씬하지 못할 정도로 가로막히고, 대통령과 정치협상을 촉구하는 농민대표단은 여의도공원 한 가운데 천막회담장을 설치하고 대통령을 기다리는 것, 바로 6월20일 우리의 모습이다.

총파업을 성사시켜 우리 농업을 지키고 농민들도 사람답게 살수 있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우리 농민들에게 달려 있다. 길지 않아도 며칠만 우리 농민들이 똘똘 뭉쳐 총파업을 성사시킨다면 정부는 백기를 들고 투항할 것이다.

6월20일, 우리 농민들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350만 농민들의 단결된 힘으로 국민들에게 먹고사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농업이 얼마나 귀한 건지 우리 농민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단단히 보여주자. 350만 농민들이 혼연일치해서 6월20일 총파업을 성사시켜 낸다면 승리는 우리 농민들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