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앞만 보며 쉼 없이 달려온 세월 틈 사이사이에 한 뼘 정도의 두께를 가지고 살아가는 대나무의 마디마디처럼 우리 인생사에 있어서도 앞으로 전진, 초조함, 급박함도 분명 필요하지만 1년에 몇 번 되지 않는 명절만이라도 고향에 들러 산천도 바라보고 친지들도 방문하며 사는 여유로움 속에서 삶의 향기가 더 진하게 묻어 나오지 않겠는가!
사는 게 버겁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을수록 마음의 여유와 이웃간의 온정을 나누며 사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전만은 못하다 해도 나누고 쪼개어 이웃과 함께 하는 고향의 인심을 각박한 도시에서만 살아온 자녀들에게도 느끼게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 사촌들과 같이 송편이라도 빚어서 맛볼 수 있는 정겨운 시간을 접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또한 교육적으로도 효과가 크리라 본다.
우리 고유의 명절은 1등만 원하는 사회생활의 버거움과 돈이면 다 될 것 같은 물질만능주의의 찌든 삶에 청량제 혹은 윤활유 역할을 해주는, 우리가 꼭 지키고 보존할 가치가 있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나라에서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한 방책으로 명절 전·훗날을 공휴일로 제정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연휴로 만들어 지키도록 한 명절을 해외여행이나 친구, 가족단위로 허비할 것이 아니라 바쁜 일상사에서 시간의 흐름과 단절을 조화롭게 잘 이끌어서 진정한 고향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만사를 다 잊고 명절만큼은 모두들 날 길러준 고향으로 가자.
1년의 사계절을 골고루 감상할 수 있는 우리 고유의 명절들이 얼마나 잘 짜여져 있는 십자수 같은지,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로움을 저절로 깨닫게 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자라나는 대나무가 아무리 심한 태풍이 불어도 부러지지도, 기울어지지도 않고 곧게 잘 자라듯 우리 인생에 있어서도 하던 일을 멈추고 매듭을 짓는 일은 꼭 필요하다. 명절에 고향친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힘겨운 인생사의 마디 역할을 충분히 하리라 본다.
그러한 삶의 마디가 많아지고 충실할수록 우리에게 닥친 역경과 고난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고 우리 삶이 더욱 풍요로워 질 것을 믿기에 며칠 남지 않은 추석 한가위가 소풍날 받아둔 아이처럼 가슴 설레며 기다려진다. 오늘은 못 다한 벌초를 마무리 짓고 모싯잎 좀 뜯어다 놓아야겠다.
정용안 전의장<영광군청년단체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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