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0차 농촌여성문화축체 생활수기 공모
(사)영광여성의전화와 영산선학대학교 여성문화연구소가 공동으로 주관한 ‘제20차 농촌여성문화축제 생활수기 공모전 시상식’이 16일 영광여성의전화 플라워카페 나비날다에서 진행됐다.
농촌여성문화축제는 농업의 일터와 가사일 등의 값진 노동을 해내고 있는 농촌여성들의 고단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축제로 1999년 시작됐다.
지금까지 관내 11개 읍면을 찾아가는 축제의 장을 열였지만 20차를 맞이한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비대면 축제 형식으로 전환해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나의 삶>을 주제로 생활수기 공모전을 개최했다.
이번 공모전에는 시, 수필 등 총 19편이 출품돼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우리의 일상 중에서도 여성들의 바뀐 일상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으며 심사를 통해 대상 1편, 최우수상 1편, 우수상 1편, 장려상 4편을 선정했다.
대상의 영광을 안은 최수경씨는 “코로나 ‘때문에’가 아니라 ‘덕분에’ 건강도 챙길 수 있었고 에너지를 내 안으로 모을 수 있었다”며 “나의 이야기를 글로 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생활수기 공모전을 공동주관한 박빛나 대표는 “코로나19로 변화된 일상생활을 공유하고 그 속에서 희망을 만들어가며 희망의 씨앗이 지역내 퍼져나가는 기회가 됐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영광의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며 말하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열어 가겠다”고 말했다.
‘때문에’가 아니라 ‘덕분에’
대상 최수경(영광읍)
사람들과 어울리고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코로나19는 커다란 장막이었다. 코로나 이후 대부분 시간을 안에서 지내고 여럿이 모이는 것은 자제하다보니 혼자 보내는 일이 많았다. 그동안 에너지를 밖으로 분출했다면 이제는 안으로 내뿜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갇혀 지내야 한다는 것이 답답했는데 오히려 집에 있으면서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를 찾게 되었다.
그 중 최고는 독서였다. 혼자 읽기보다 여럿이 함께 읽으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책소리’라는 독서동아리도 만들었다. 작년초 코로나가 심하지 않을 때 모임을 시작했다. 그러다 점점 코로나 단계가 올라가고 우리지역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모임이 조심스러워졌다. 그런 주는 할까 말까 고민하다 지나치기도 하고 띄엄띄엄하다보니 지속성이 떨어졌다.
꾸준히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가 온라인 책모임을 개설했다. 각자 책을 읽고 온라인으로 접속하니 꾸준히 책모임을 이어갈 수 있었다. 매주 한권씩 책을 선정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지만 덕분에 도서관도, 서점도 참 많이 갔다. 요즘 나오는 책들의 동향도 살피고 블로거들의 글도 살피며 좋은 책을 고르기 위한 작업 덕분에 일주일에 기본 한 두권은 읽게 되었다.
이렇게 일주일에 책 한권은 반드시 읽다 보니 내 자신도 모르게 책 읽는 습관이 생겼고 덤으로 일상생활 중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책읽기, 책 속에 좋은 글귀 메모하기 등 나름대로 작은 변화가 생겼다. 또 동아리 구성원들과 책을 읽고 나누는 대화는 ‘같은 글귀 다른 생각’처럼 여러 의미를 생각하게 되니 사고방식도 한층 진일보했다. 특히 독서토론은 단순히 책만 많이 읽은 것이 아니라, 다양한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며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장점이 있었다. 책을 통해 나와 다른 입장, 연령과 세대를 뛰어 넘어 다른 나라 사람들의 생각도 경험해 볼 수 있었고 자연 사고의 폭이 깊고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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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무엇보다 건강에 예민해졌다. 면역력이 약해져 감기나 코로나에 걸리면 모든 활동이 멈추다 보니 늘 긴장할 수 밖에 없다. 덕분에 적극적으로 몸 관리를 하게 되었다. 어디서 어떻게 감염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람들 만나기가 두려워졌다. 그러다 보니 마스크는 기본이요 손씻기에 신경쓰게 되었다. 처음에는 불편했던 것이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건강을 생각하며 무엇보다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었다. 거기에는 걷기만 한 게 없었다. 어디를 봐도 산에서 감염되었다는 사례는 찾을 수 없었다. 거리두기만 잘하면 걷기는 얼마든지 가능하니 걱정없이 운동화를 신고 나섰다. 특히 주말에 마땅히 갈 곳이 없으면 둘레길에 오른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시작하면 쉽게 포기하기에 서서히 강도를 높였다. 산은 한번 진입하면 중도에 포기할 수 없고 끝까지 가야 하니 선뜻 엄두를 내지 못했다. 대신 능선을 타고 가다가 중간 지점에서 내려왔다. 걸음수도 조금씩 늘려가는 방법을 택했다. 공원을 걸었고 둘레 길을 돌았다. 걷고 또 걸었다. 맹목적인 걷기가 아니라 그동안 방치했던 몸에 대한 보상이었다. 처음에는 다리도 아프고 숨도 가빠져 힘들었지만 점점 익숙해지니 걸음도 안정적으로 바뀌고 숨도 골라졌다. 무엇보다 걷기는 가진 게 없어도 할 수 있어 좋았다. 맨몸으로도 마음만 있으면 혼자도 할 수 있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덕분에 혼자 걷고 생각하는 시간도 생겼다.
요즘은 가만있으면 몸이 근질근질하다. 한동안 잠잠했던 세포들이 다시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점심시간에는 회사 주변을 걷는다. 비가 오면 체육관을 걷고 장보러 갈 때는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탄다. 더디게 가도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을. 급한 일도 아닌데 빨리 빨리에 익숙해 후다닥 해치우듯 했던 습성들이 보인다.
천천히 느리게 걸으니 보는 게 다르다. 차를 타고 쌩쌩 달릴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 10년 가까이 살았던 마을 풍경도 달리 보인다. 저런 간판이 있었던가? 저 건물은 언제 생겼지? 머리 위로 팔랑거리는 현수막도, 게시판에 붙은 벽보마저 달리 보인다. 길가에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마저 새롭다.
어느새 나는 걷기 예찬론자가 되었다. 언제든 걸을 준비가 되었다. 시각이 달라졌다. 걸으면서 건강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었다. 몸과 마음은 서로 뗄 수 없는 공동 운명체였다. 코로나로 움츠렸던 마음이 서서히 꿈틀거림을 느낀다. 한동안 두려움과 불안 속에 살다 보니 마음도 덩달아 가라앉고 비관적인 생각이 지배했었다. 걷다보니 몸이 달라지고 생각도 바뀌었다. 걸으면 걸을수록 더 걷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걷는 동안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아서 좋았다.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누워 있으면 떠오르는 잡생각들이 많이 줄었다. 산보를 하며 멍 때리기도 하고 오히려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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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산을 찾으며 자연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 자연은 조건없이 무한히 주기만 한다. 반면 사람은 한없이 받기만 했다. 도시에서는 어디를 가든 장소를 사용하는 데 돈을 내야 한다. 공간을 관리해 주고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비용이 들어가니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자연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누리는 데에는 얼마를 내야할까? 갈수록 세상은 산업화, 세계화가 되면서 경제 성장과 더불어 인간 삶의 질은 높아졌다. 하지만 경제적 풍요의 대가는 오롯이 자연이 치러야 했다. 우리는 그동안 자연을 사용하면서 마땅한 혜택이라고 생각했다. 돈을 내기는커녕 함부로 사용하며 자연을 훼손했다.
자연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해야 하는 이치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인간이 자연 위에 군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본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코로나가 지구를 오염시키는 인간에 대한 자연의 경고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삶이 생태계의 일부이며 자연의 순환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두 번의 봄을 앗아간 코로나19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류가 벌이고 있는 바이러스와의 전쟁 때문에 공기는 더 맑아지고, 동식물엔 좋은 환경을 가져다 주었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인간 삶 뿐 아니라 지구의 건강도 지키려는 노력을 우리 모두가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