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월25일 노무현 정부의 출범식에 맞춰 대결도 각오한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특히 핵폐기장 문제로 촉발된 핵발전위주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전환을 요구하고 있어 4개 후보지역의 투쟁이 더 이상 지역주의에 머무르지 않는 환경과 평화, 생명을 사수하는 일임을 증명하고 있다.
영국도 더 이상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할 것이며 현재 핵에너지 25%의 비율을 점차 끌어 내리고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20%로 끌어올린다는 환경백서를 발표했다.이제 핵에너지 정책 전환은 대세이고 지구를 살리는 일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핵에너지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소수의 원자력 세력들은 아무도 믿지 않는 '안전성'과 '경제성'만을 내세우며 공권력 뒤에 숨어 국민들을 재앙의 늪으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다.
더욱이 3,000억원이라는 허울속에서 지역경제를, 지역사람들을 이간질 시키며 지역갈등을 십분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3000억원, 죽음의 거래
지난달 22일 영광핵발전소 5·6호기 준공식 저지를 위한 영광·고창군민 연대투쟁에서 고창대표는 산자부와 한수원이 제시한 3,000억원이 지역갈등을 초래하고 고창, 영광의 일부 사람들에게 '유치'의 명문을 던져주고 있다며 강고한 공동투쟁을 강조했다.
보통 입지가 곤란한 위험한 각 시설의 건설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거대한 돈의 유입이다이번 핵폐기장 건설에 따른 지역지원금은 약 2100억원이었다가 핵폐기장 유치공모과정을 거치면서 3000억원으로 상향조정되었다.
이러한 지역지원금, 3000억원 "죽음의 거래"가 제안되면서 핵폐기장 건설로 지역경제가 발전된다는 주장이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핵폐기장이 들어서면 지역경제가 발전되기는 커녕 오히려 그동안 농사짓고 고기 잡던 일마저 못하게 되고 사람이 살기 어려운 마을로 변하게 된다. 또한 지역경제에 한번 거품이 일게되면 축소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결국 재정이나 경제수준 유지를 위해 새로운 핵관련시설, 혹은 기타 위험시설들을 다시 끌어들이게 되며 결국 지자체의 자율성이 크게 저해 받고 악순환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우리지역만 해도 핵발전소 건설이 끝나고 사람들이 빠져나가자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명분으로 홍농읍 상가를 중심으로 유치위원회 활동이 일어났었다. 빠진 거품을 다시 핵폐기장으로 채우자는 논리는 결국 영광땅 팔아 핵단지화 하자는 뻔한 결말을 짓게 한다.
핵단지화의 늪에 빠지는 것은 시간문제
핵폐기장이 건설된 일본 로카쇼무라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다. 일본에서는 한국의 지역지원금 명목의 지역교부금이라는 것이 있다.
일본의 로카쇼무라는 핵폐기장 등 핵관련 시설을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지역교부금에 매달리는 처지가 되었고, 관련 재정이 유입되면서 건물도 짓고 도로도 넓히지만 교부금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핵관련 시설을 받아들이는 악순환에 놓이게 되었다.
또한 지역에 핵시설이 있다는 이유로 지역생산물들이 타지역보다 낮은 가격에 팔리거나 아예 지역이름의 특산물은 생각하지도 못하게 된 상황이다.
이렇게 지원되는 지역지원금은 핵폐기장 건설기간 5년과 운영기간을 합쳐 총 35년간 지원되며, 대부분의 돈은 도로포장 등 핵폐기장 건설을 위한 공사비, 사업비, 대국민 홍보비 등이다.
더욱이 지역지원금으로 지급되는 돈은 지역 단체장의 권한에 따라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한수원(한전)과 협의 하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핵폐기물이 가지는 독성이 수백년, 수만년동안 지속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35년 동안의 보상은 후세에 대한 책임방기일 뿐이다.
일본 로까쇼무라에 거주하며 반대운동을 하고 있는 세아이의 엄마인 케이꼬씨는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로까쇼무라는 현재 핵단지화되어 있다. 우라늄 농축공장, 저준위 핵폐기물 저장센터, 재처리공장에 이제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고준위 방사성핵폐기물 저장관리센터가 건설되었다.
한국의 지역지원금처럼 일본에서도 지방교부금, 세수입, 지역진흥책 등이 제시되었으나 지금의 로까쇼무라 지방재정은 핵시설에 의존된 채 운영된다. 일단 핵시설로 인해 생성된 경제규모를 계속 감당하지 못하고 또 다른 핵시설을 들여오는 구조로 변화된 것이다. 로까쇼무라 주민들은 아직도 낙농, 농업, 어업을 겸하고 있지만 이곳에서 생산되는 생산물은 현지 이름으로는 제값을 받기 어렵다."
핵발전소가 있는 울진 영광의 농수축산물 피해사례도 마찬가지이다. 영광에서 생산되는 굴비와 농산물만해도 한해 수입이 죽음과 재앙을 부르는 3,000억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큰 도로가 뚫리고 건물이 몇 개 들어선다고 지역경제가 발전하지 않는다.거꾸로 영광군민들조차도 뻥뚫린 도로타고 광주백화점에서 쇼핑하고 외식하며 지역경제를 더욱 메마르게 할뿐이다.
3,000억원은 죽음의 거래이다. 죽음의 거래는 요구하지도 응하지도 말아야한다
<핵폐기장반대 비상대책위 선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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