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당신의 양성평등은 안녕하십니까?
기고 - 당신의 양성평등은 안녕하십니까?
  • 영광21
  • 승인 2024.10.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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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가 끝나고 나면 상담소에는 제사, 불공평한 친정 방문 등 다양한 어려움을 토로하며 이혼을 문의하는 상담전화가 증가하는데 이는 가족 간의 정을 나누며 즐겁고 행복해야 할 명절이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이미 양성평등한 사회가 되었는데 무슨 소리야’라는 생각이 드십니까?
우리나라는 남성과 여성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일·가정 양립 실천을 통한 실질적인 남녀평등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매년 9월1~7일을 양성평등주간으로 제정하고 이를 알리고 실현하고자 지역별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영광군에서도 매년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해 왔고 올해는 9월3일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양성평등 사회’라는 주제로 기념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행사에 참여한 영광군의회 A의원은 ‘경로당을 여성 어르신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고 남성 어르신이 가는 경우 눈치를 준다. 영광은 여성 도의원이 2명이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여성의 인권이 이미 높아졌고 여성 상위시대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냈고 이 이야기를 들은 많은 참석자는 A의원의 발언에 불쾌감을 느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러한 불쾌감은 특정 성별 상관없이 모두가 조화로운 발전을 이뤄 양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야 함을 다짐하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양성평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행사 취지와 전혀 맞지 않으며 양성평등 행사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발언에 대한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또한 이전과는 달리 법과 제도 그리고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인식으로 인해 여성들의 삶이 좀 더 다양화되고 삶을 선택하는 폭 또한 넓어졌음은 사실이나 이것이 여성인권에 있어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무장한 양성평등 실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젠더 감수성 높은 군민들이 드러내는 반감의 표현이자 발언자의 인식 개선을 촉구하는 성토입니다. 
쉽게 말해 남성이 가지고 있던 10개 중 2개를 여성이 가지게 될 수 있게 됐다고 해서 혹은 여성이 남성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고 해서 양성평등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22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46년 만에 전남에서 여성 국회의원이 배출됐다’, ‘지자체에서 최초로 여성 부자치단체장이 탄생했다’는 내용이 이슈가 되어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현재를 살고 있고 남편에 의해, 남자친구에 의해, 모르는 남성에 의해 살해당하는 여성들의 뉴스를 하루에 1번 꼴로 접하는 현재를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현실 속 정치는 진보당 오미화 도의원의 도전과 성공 이외에 군수, 군의원 선거에서 여성 정치인의 당선은커녕 여성 후보조차 없는 정치환경을 마주하고 있으며 영광군청 과장급 이상 상위직 41명 중 7명만이 여성으로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이 20%도 채 되지 않는 여전히 남성 중심적 공직사회를 극복하지 못한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최근 (사)영광여성의전화 부설 영광가정폭력·성폭력 통합상담소에서 영광관내 기혼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역할 인식조사를 살펴보면 [남성과 여성 모두 가구소득에 기여해야 한다]는 질문에 87%가 그렇다고 응답했으나 [여성의 장시간 근로가 가족생활 유지에 불편함을 준다]는 질문에도 70%가 그렇다고 응답해 여전히 여성이 가사노동의 주축임을 나타냈습니다. 
또한 [남성은 여성보다 가족의 생계유지에 더 힘써야 한다]는 질문에 72%가 ‘그렇다’로 응답해 가족 생계유지의 주축은 여전히 남성에게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전히 여성은 가사 및 돌봄노동의 틀에, 남성은 가족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틀에 갇혀 끊임없이 성별 고정관념을 재생산 해내고 양성평등 사회로의 전진을 더디게 만들고 있는 현재를 살고 있습니다.
이처럼 성별 불평등 및 성별 고정관념은 위의 사례들 외에도 사회, 문화, 경제뿐 아니라 결혼과 출산 기피현상, 자녀 살해 후 자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성평등 인식 개선 및 실행이 시급합니다.

지금까지는 중앙정부가 법과 제도를 마련해 사회적으로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면 이제는 지자체와 그 구성원이 나설 차례이기에 가정과 사회의 양성평등을 위해 실질적이고 촘촘한 방안 마련을 위해 군과 의회의 체계적이고 다각적인 고민을 요구합니다. 
또한 군민의 대변자인 정치인들은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경험하지 않았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높여 주류들의 목소리가 아닌 사회에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이들의 대변자로 거듭나길 기대해봅니다. 

 

박빛나 
(사)영광여성의전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