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석/본지 편집인
엊그제 시작한 2005년이 어느새 저물어 2006년이 코앞에 다가섰지만 새해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이 없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환경이 희망을 저만치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이웃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회적 약자인 농민과 노동자와 서민에게는 여전히 희망은 너무나 멀어 보이기 때문에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이 이렇게 우울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송년회니 망년회니 하면서 술기운에 취해보아도 희망은 좀체 찾아볼 수가 없다. 새해가 되면 모든 것이 새로워질 것이라고 애써 우겨보지만 그것은 단지 달력에만 해당되는 것 같아 허망하고 허탈하기만 하다.
사람들은 1년전에도 무슨 일이든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새해를 맞이하였다. 새해가 우리에게 기대를 갖게 하는 까닭은 그럴듯한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5년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꿈을 심어 주었는지 알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원하고 개혁을 부르짖었는데도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정치라고 하겠다. 정치는 그야말로 뒤죽박죽이고 가관이다. 엄청난 폭설로 망연자실한 국민들을 팽개치고 어설픈 사학법 논란으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입으로는 민생을 외치면서 정작 행동은 민생하고는 너무나 동떨어진 모습이다.
입으로는 "최선을 다 하겠다"고 하면서 몸으로는 최악을 연출하고 있는 정치권을 보면서 정이 천리나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입에다 침이나 바르고 말을 했으면 좋겠다.
오죽해야 국민들이 "정치인도 수입하자"고 하는지 한번쯤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것이다. 먼저 할 일이 있고, 나중에 할 일이 있는 것이다. 제 아무리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일이 있는 반면에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게 마련이다. 국민들에게 직접 많은 영향을 끼치는 제도를 결정하는 자리에 있는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황우석 파동'이란 폭탄을 맞아 다른 때보다 의기소침해 있는 국민들에게 실망만을 더해주고 있는 정치인들을 흠씬 두들겨 패주고 싶다. 나름대로 저 잘난 맛에 사는 정치인들이 도대체 왜 이 정도밖에 행동하지 못할까 생각해보았다.
만사가 이 지경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제각각 감정을 지나치게 앞세웠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이로움을 주는 사회 변화와 누구에게도 해악을 끼치지 않는 제도 개혁은 감정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다. 그런데도 감정의 개입이 과잉된 탓에 세상이 이 지경이 된 것이다.
가장 쉬운 예로 경제 문제를 보더라도 그렇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걸핏하면 소리 높여 경제를 부르짖는다. 그런데 경제는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극복해야 할 과제로 양극화를 꼽으면서도 분배만 얘기하면 색깔론을 들고 나서는 것도 유치한 감정의 표현일 따름이다. 왜냐하면 현재 이 지구상에는 완전한 사회주의도 순수한 자본주의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정만 지나치게 앞세웠기에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한 이런 세상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성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바람직한 변화나 이상적인 개혁은 이성과 감정이 균형을 유지할 때 얻을 수 있는 선물이란 점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만 꿈을 갖고 새해를 힘차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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