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석 본지 편집인
한 해를 시작하면서 언제나 갖게 마련인 기대를 올해도 어김없이 갖고서 새로운 출발을 하였다. 2005년을 혼란과 아쉬움이란 단어에 실어 보내고 2006년이란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한 것이다. 이런 시간의 연속에서 작년 말과 금년 초에 가장 많이 사람들의 입에 오른 이야기는 이른바 '황우석 사태'라고 할 수 있다. 황우석 교수가 만들었다고 주장해서 우리를 설레게 했던 환자맞춤형 줄기세포가 하나도 없다고 밝혀져서 우리 모두는 새해 벽두부터 황당하고 우울하다. 과학적으로 보아서 실낱같은 이론적 가능성을 커다란 현실적 가능성인 것처럼 선전한 점이 황우석 교수가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이다. 그가 벌인 희대의 사기극에 의해서 한국의 과학계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 사회 전반은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따지고 보면 이런 결과는 비단 황우석 교수 혼자만의 탓은 아니다. 모든 과학적 성과는 의심과 검증의 대상인데도 한국의 과학기구와 정책은 그 핵심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던 것이다. 황우석 교수는 한 술 더 떠서 자신에게 주어진 강력한 힘을 역이용하여 각종 조사기구를 무력화시키기까지 하였다.
사람들은 황우석 교수와 이건희 회장을 비교하면서 황우석 교수가 이건희 회장보다 더 강한 것 같다고 한다. 둘 다 대한민국에서 얼른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인데,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각종 불법과 부패에 관한 여러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황우석 교수에 대해서는 의심하는 것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기시 하였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황우석 사태'를 공론화한 MBC의 'PD수첩'이 보여준 탐사보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정보화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정보화 사회에서 언론사는 핵심기구의 의미를 갖는다. 언론사라는 곳이 정보의 생산과 유통을 전문적으로 맡아서 처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좌우간 우리는 온 나라가 떠들썩한 이번 소란의 와중에 새삼스럽게 언론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언론이 제대로 서지 못하면 나라가 제대로 서지 못하고 혼란에 빠져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언론이 타락하면 그 대가가 언론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런 언론의 기능은 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정치가 타락하면 그 대가를 정치인들이 받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받는다. 매일 매일 잘못이 검증되고 있는 정치권을 보면서도 그러려니 하면서 방관한 결과가 지금의 한국 사회를 만든 것이다.
정치권의 잘못에 상응하는 응징을 하지 못한 탓에 참담한 민생을 제쳐두고 당리당략에만 주력하게 한 것이다.
2006년은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현재 우리는 세계 10위의 경제력을 가진 나라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와 환경보호 측면에서는 어지간한 개발도상국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리가 힘들여 이룬 민주화와 경제력의 성과를 최대한 살려서 이제 사회복지와 환경보호에도 눈을 돌려야 할 때가 되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서로 나눌 줄 알고, 서로 섬길 줄 아는 진정한 선진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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