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 어느 어르신의 보물
그 속에는 뭔가를 싼 까만 비닐봉지가 나온다. 어두운 봉지 안에서 내민 것은 하얀 비닐봉지였다. 정성껏 싸맨 뭉치에는 과자봉지가 얼굴을 내민다. '어인 과자?' 그러나 그 안에서 라면봉지로 싼 얇은 비닐봉지가 또 하나 나온다. 웃음이 나온다.
"이래야만이 실수가 없는 겨." 어르신은 말했다. 열겹이나 둘러싸인 봉지 속에서 나온 것은 예금통장이었다. 신주단지가 따로 없다. 왜 아니랴! 그것은 당신의 생계를 이어주는 구세주인 것을.
2001년부터 우리군 특수시책사업인 옥당골결연사업으로 인해 이 어르신과 인연이 된지 어언 3년이 됐다. 지난 3년간 어르신을 찾아 생활실태를 둘러볼 겸 명절을 잘 보내시라고 선물을 들고 찾아 다녔는데 그분은 언제나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외딴곳에서 홀로 사는 노인이고 한글도 모르는 분이기에 군청에서 송금해 주고 있는 생계비가 제대로 입금이 되며 예금된 돈을 잘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해서 통장을 점검해 왔는데 이번에도 벽장에 꼼꼼하게 잘 모셔진 통장을 겹겹으로 풀어 놓은 것이었다.
그 분은 청년시절에 단 두달 동안 어느 여자 분과 동거한 것 외에는 줄곧 혼자여서 가족이 없다. 다만 도시에 사는 동생 한분이 있어 가끔 한번씩 온다고 하지만 잘 찾지 않는 모양이다.
어느 어르신만의 모습은 아니다
군불을 지피는 방은 너무나 차갑고 누추하지만 이번 폭설에 집이 무너지지 않아 다행이다. 밥은 스스로 해 드시는지 밥통에 약간의 밥이 있었으나 찬은 없다. 부엌이라곤 그 역할을 찾을 수가 없으며 마을부녀회에서 가끔 보내준 반찬으로 끼니를 해결한다고 한다.
어르신은 정신상태가 조금 부족한 사람이다. 매달 군청에서 지급하는 생계비, 경로연금, 교통수당 등 30 만원쯤 되는 돈으로 생계를 꾸려 간다. 낙이라고는 술 마시는 일인 것 같다.
항상 남루한 옷에 세탁은 안하고 사는지 역한 냄새 때문에 사람들이 접촉하려 하지도 않는다. 봉사활동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지만 우선 이 어르신에 대한 봉사는 장애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 등록을 해드리고 또 목욕봉사, 세탁도움, 음주절제, 외출동행 등 사회적응봉사 프로그램이 절실히 필요했다.
생계가 어려운 기초수급자에 대한 생계비 지원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욕구충족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어렵게 살고 있는 독거노인에 대한 행정적인 도움의 손길에 한계가 있어 지원이 미흡한 실정이므로 자원봉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 결연사업 방문을 통해 다시 한번 느꼈다.
영광군 65세 이상 18.8% 차지
지난해 군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영광군 관내 65세 이상 노인은 총인구대비 18.8%인 11,582명으로서 우리군도 2∼3년내에 초고령사회가 접어들 것으로 본다. 또한 홀로사는 노인은 이중 3,067명으로 중풍이나 치매 등으로 반드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노인은 403명이나 되며 거동불편 어르신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군 관내에서도 몇년 전부터 다행히 지역사회 각 분야에서 개인이나 각 기관·사회단체 등에서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는 있지만 대부분 어르신들에게는 음식접대나 위안잔치 등 1회성 이벤트행사에 많이 그치고 있다.
이벤트행사도 물론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여느 농·어촌군과 마찬가지로 우리군도 노인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고 노인문제가 심각하므로 가능한 한 이벤트행사를 지양하고 어르신들에 대해 우리 영광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이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정광석 과장<영광군청 사회복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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