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시대의 진정한 의미
인터넷시대의 진정한 의미
  • 영광21
  • 승인 2006.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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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 박찬석
지금 우리가 원래부터 있었던 것으로 당연히 생각하며 이용하고 있는 인터넷은 알고 보면 핵군비 경쟁의 산물이다.

물론 핵군비 경쟁의 핵심은 핵폭탄이다. 핵폭탄과 함께 핵군비경쟁의 3대 요소를 이루는 것이 미사일과 폭격기 등의 운반체와 원격통제를 위한 정보통신망이다.

미국은 1960년대의 핵군비 경쟁에서 핵공격을 당하더라도 파괴되지 않는 정보통신망을 구축하려는 야심을 갖게 되고, 그 결과 인터넷이 1969년에 최초로 만들어졌다.

컴퓨터들을 연결한 정보통신망이 인터넷이다. 어떤 중심체도 가지고 있지 않은 분산형 정보통신망을 인터넷이라고 일컫는다.

방송의 뒤에는 방송국이라는 중심체가 있지만 인터넷의 뒤에는 수많은 개인이용자들이 있다.

기존의 대중매체는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소수 엘리트 매체인 반면에 인터넷은 대중이 직접 주체로 참여하는 대중매체이다. 이런 점 때문에 인터넷을 참된 대중매체라고 하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 와서 인터넷은 모름지기 참된 대중매체가 된다. 수많은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길을 연 것이다.

경제계가 이런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수십억에 달하는 인류를 상대로 한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이 열렸으니 그도 그럴 것이다.

이 무렵에 나온 인터넷에 대한 우려 중에는 '해적의 천국'이란 말이 있다.

거대한 시장의 기능을 갖게 된 인터넷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뒤따르지 않으면 인터넷은 마침내는 '해적의 천국'이 되어 커다란 경제적 손실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고한 말이다.

자본은 그 속성상 인터넷이 새롭게 생긴 거대한 시장으로서의 기능만 하기를 노골적으로 원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인터넷이 본연의 기능인 참된 대중매체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는 노력을 활발하게 펼쳐 나갔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정보자유주의 단체인 미국의 전자개척자재단(EFF)이다. 이른바 '가상공동체'라는 다소 낯선 용어가 널리 퍼진 것도 이 단체의 활동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인터넷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새로운 공동체가 얼핏 보기에는 '가상공동체'처럼 보여서 생긴 용어였다. 그러나 정보사회의 핵심적 특징인 인터넷공동체들은 분명히 현실에 존재하는 '실제공동체'이다.

이런 인터넷이 이룬 가장 큰 성과를 꼽는다면 자유와 민주를 들 수 있다. 인류가 만든 정보통신매체 중에서 표현의 자유를 가장 높이 보장해준 것이 인터넷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는 누구나 세계라는 공간을 향하여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 또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어서 그 어떤 거짓말도 오래도록 지속될 수 없는 세상이 인터넷이다.

그와 같은 놀라운 위력이 최근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황우석 사태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났다.

수많은 사람들을 농락한 논문조작을 밝혀낸 '브릭'(생물학정보센터)의 힘도 결국은 인터넷이란 참된 대중매체의 힘이라고 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처럼 인터넷이 가져다주는 자유와 민주의 흐름은 이제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물론 인터넷이 보이지 않는 공간이란 점을 이용해 수구적ㆍ억압적ㆍ폭력적 행태를 일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범죄에 해당하는 행태가 스스럼없이 자행된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 인터넷이다.

우리 사회의 숙의민주주의 공간인 인터넷을 심각하게 더럽히고 파괴하는 초고속통신망이 부끄러움의 대상인 사실에 대해서는 깊은 반성과 개혁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범죄에 해당하는 부정적인 행태에 대한 철저한 규제와 마땅한 처벌이 뒤따라야 인터넷이 이 사회를 더욱 투명하게 반영한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