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지난 18일에는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있었다. 그런데 청문회를 쭉 보면서 어쩐지 뭔가 많이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느낌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라 그동안 인사청문회를 지켜볼 때보다 느꼈던 개운치 못한 여운이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공직후보자에 대해서 인사청문회를 하는 것은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앉기에 적당한 인물이냐를 알아보는 자리이다. 작게는 후보자의 이전 행적이 별 흠잡을 데 없이 온전한가를 물어야 할 것이며, 크게는 후보자가 지닌 철학과 사상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후보자의 입을 통해서 나온 대답을 통해, 청문회장의 국회의원들 뿐 아니라 텔레비전을 통해 청문회를 지켜보는 국민들도 후보자의 됨됨이에 대해서 좀더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찌 된 것이 이놈의 인사청문회는 답변자보다 질문자가 말이 더 많다. 아니 더 많은 수준을 넘어서 아예 말을 하는 사람은 질문자 뿐이다.
10분이라는 짧은 질문시간 동안, 질문만 하다가 시간이 다 가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질문이 아니라 거의 대국민 담화문 수준이었다.
미리 작성한 질문을 읽는데, 질문지가 두어번 넘겨질 정도이니 이는 질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 어떤 의원은 인사내정자와는 전혀 상관없는 질문을 억지로 연결시켜서, 그저 당파적 이슈에 대해서 홍보하려고 그 자리에 나온 듯한 인상을 받기도 했다.
물론 그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모처럼 얻은 전국민에게 방송되는 절호의 기회이기에 어떻게든 자신의 인기를 위해, 그리고 당의 이익을 위해 그 시간은 유용하게 쓰고 싶은 마음이 어찌 없겠는가?
그러나 인사청문회는 말 그대로 인사청문회가 아닌가? 후보자의 행적에 결함이 있는 부분이 있으면 지적하고, 그에 대한 해명을 들으면 될 것이요, 그 외 후보자의 철학과 소신을 시험할 수 있는 간단한 질문을 통해 그를 평가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 참석한 목적이 무엇인지는 까맣게 잊고 그저 자신의 원맨쇼만 하기에 바쁘니, 과연 그들이 이 나라의 입법부의 한 좌석을 차지하고 있을 만한 사람들인지에 대해서까지 의문이 들었다.
앉을 곳인지 설 곳인지조차 구분 못하고 그저 얼굴내기에 여념이 없는 국회의원들에게 환멸을 느낄 정도였다.
물론 질문자의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일부 제대로 된 자세로 그 자리에 임한 이들도 있었지만, 청문회 전체에 대한 신뢰도를 온건케 하기에는 그 수가 너무 적었다.
나는 실로 청문회를 오랜 시간 시청한 후에도 내가 그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해서 얼마나 더 알게 되었는지 의심스러웠다.
그저 그 이가 눈이 두 개, 코가 하나, 입이 하나요, 간간히 "네" 혹은 "아닙니다" 따위의 간단한 대답을 하는 걸로 봐서 목소리를 내는데는 지장이 없는 성대구조를 가졌다는 것밖에는 더 알지 못한 것 같았다.
인사청문회라는 것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가 얼마되지 않았고, 질문하는 자도 질문받는 자도 생소한 자리임에는 틀림이 없다.
청문회라고 하면 괜시리 문책하는 자리라는 편견이 따라붙고, 그러다보니 뭐라도 후보자에게 한마디 더 하는게 질문자로써는 더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새로운 경찰청장이 될 사람이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고, 자신의 생각에 대해 얼마만큼의 신념과 논리를 지니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은 후보자 자신의 입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었다.
청문회 내내 질문자들이 제일 많이 한 말이, "시간이 얼마없으니 간단히 하겠습니다"라는 말이었는데, 정작 자신의 이 말을 이행한 사람은 몇 명이 안되었다.
10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질문자의 입에서 나온 말보다 답변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더 들을 수 있는 인사청문회를 기대해 본다.
박찬석<본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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