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수산물 - 숭어 이야기
숭어에 대한 단상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나는 숭어는 2월에 대동강에 올라오는 숭어 맛이 제일 좋다고 알려져 왔다.
숭어를 좋아하게 된 것은 수산진흥원 완도시험장에서 근무할 때 숭어 종묘생산을 처음으로 시작하게 된 동기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돔이 귀족적이라면 농어는 신사적이고 숭어는 서민적이라는 점에서 좋아하게 됐다.
또한 슈베르트의 연상가곡 ‘숭어’가 좋고 바다에는 수많은 어류가 있으나 그중에서도 숭어는 가장 흔하고 값이 싸며 특히 회유하지 않고 사계절 우리나라 서민들과 동거동락 하면서 단백질 공급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와 친근감이 있다.
매년 5월이면 숭어종묘생산 하려는 업자들과 새로이 종묘생산을 하려는 사람들은 숭어란을 채란하기 위해 서해안 지역을 많이 다닌다.
현재 인공종묘생산이 가능한 해산어류 중에서 숭어가 종묘생산이 제일 쉽고 마리당 생산단가가 제일 낮아 경제성이 있다.
올해 우리나라 숭어 종묘생산량은 약3천7백6십만여 마리로 전라도지역(영광 완도 고창)에서 가장 많은 1천3백만여 마리가 생산되고 충청도지역(서산 안면도)과 경기도지역(영종도 강화도)에서 생산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대량인공 종묘생산이 가능한 해산어류는 대략 숭어를 비롯해 넙치 조피볼락 농어 감성돔 돌돔 참돔 민어 점성어 황점볼락 등이며 기술단계에 있는 어종은 붉바리 가자미류 독가시치 등이 있다.
숭어는 최대 몸길이 120cm, 몸무게 8kg이다. 머리는 다소 납작하지만 몸 뒤쪽으로 가면 옆으로 납작하다.
눈은 크며 잘 발달된 기름눈까풀로 덮여 있다. 눈 앞에는 2쌍의 콧구멍이 있다. 입은 비스듬히 경사져 있고 입술은 얇으며 위턱의 뒤끝은 눈의 앞가장자리에 달한다. 위턱은 아래턱보다 약간 길며, 양 턱에는 가느다란 솜털 모양의 이빨이 한줄로 나 있다.
<자산어보>에 참숭어와 가숭어(개숭어 보리숭어)의 차이점을 구별해 놓은 것을 보면 “참숭어의 어미는 전장이 5~6자 정도로 가숭어보다 체장이 크며 둥글고 까맣다. 눈은 작고 노라며 머리는 편편하고 배는 희다. 가숭어는 모양은 숭어와 같으나 단지 머리가 약간 크고 매우 민첩하다. 흑산도에는 가숭어만 잡힌디”고 기록돼 있으나 보편적으로 남해안과 동해안은 가숭어가 서해안은 참숭어가 많이 잡힌다.
문헌에 기록된 숭어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는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 생태를 조사분류한 책이다.
정약전은 다산 정약용의 둘째형이기도 하며 1801년 신유사옥이 일어나자 완도 신지도로 유배됐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황사영 백서 사건이 일어나자 다시 흑산도로 다시 유배돼 거기서 죽을 때까지 16년간 살면서 <자산어보>를 쓰고 일생을 마쳤다.
이책이 오늘날에 전해지기 까지는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풀려 형의 유품을 찾으러 흑산도에 갔는데 정약전의 사노가 이책을 찢어서 자기 아들 방에 도배해 놓은 것을 발견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자산어보>에는 치어라 기재하고, 숭어의 형태·생태·어획·이명 등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다.
“몸은 둥글고 검으며 눈이 작고 노란빛을 띤다. 성질이 의심이 많아 화를 피할 때 민첩하고 작은 것을 속칭 등기리(登其里)라 하고 어린 것을 모치(毛峙)라고 한다. 맛이 좋아 물고기 중에서 제일이다”라고 했다.
숭어는 예로부터 음식으로서만 아니라 약재로도 귀하게 여겼다. 또 고급 술안주로도 이용하였는데 난소를 염장해 말린 것을 치자(子)라 하여 귀한 손님이 왔을 때만 대접했다고 한다.
<난호어목지>에 “숭어를 먹으면 비장(脾臟)에 좋고, 알을 말린 것을 건란(乾卵)이라 하여 진미로 삼는다.”고 했다.
<향약집성방> <동의보감>에는 수어(水魚)라 했고, “숭어를 먹으면 위를 편하게 하고 오장을 다스리며, 오래 먹으면 몸에 살이 붙고 튼튼해진다. 이 물고기는 진흙을 먹으므로 백약(百藥)에 어울린다.”고 했다.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건제품(乾製品)을 건수어(乾水魚)라 하며 자주 보이는 것으로 보아 소비가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산 숭어 중에는 영산강 하류 수역에서 잡히는 것이 숭어회로서 일품이다.
음악 소재에 나타난 숭어
가곡의 왕이라 불리우는 슈베르트는 빈에서 태어나 31세라는 짧은 생애를 마친 불운한 천재 음악가였다.
그의 연상가곡 ‘숭어’는 당시 스물두살 때 피서겸 연주여행을 떠난 상태에서 만든 곡이라는 사실 때문인지 듣기만 해도 젊음과 신선한 여름이 생각나는 상쾌한 기분이 넘쳐흐르는 곡이다.
현악4중주는 두개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에 의해 조화를 이루는 가장 이상적인 실내악 형태인데‘숭어’는 여기에 피아노를 더해 피아노 5중주인데 마치 숭어가 물위로 펄떡펄떡 뛰어오르는 듯한 피아노 선율에서 쾌활하고 신선해 더운 한여름밤을 머릿속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또한 원기있고 화려하게 맺는 마무리가 슈베르트의 재능을 엿보게 하는 이곡은 그 섬세함이 생물을 묘사한 수 많은 곡들 중에서 음악가들로부터 최고라는 평을 받는다고 한다.
음악요법을 하는 사람들은 위장장애에 걸렸을 때 이곡을 감상하면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슈베르트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나라 수산인들이 술을 많이 마시는 걸 알고 이 곡을 작곡하진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송창식과 트윈 폴리오가 부른 노래 ‘숭어’라는 노래의 가사와 <자산어보>에 기록된 숭어는 맑은 물에서는 절대 낚시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박 승<영광수산기술관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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