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지만 안방잔치에서 거둔 성적에 불과하다고 폄하한 세계 언론을 향해 일침을 놓는 쾌거였다.
전반전에 한 골을 먼저 주고도 후반전에 극적인 역전을 이뤄 월드컵 출전 사상 최초로 원정경기에서 승리를 한 토고전은 말할 것도 없고,
토고전과 마찬가지로 전반전에 먼저 한 골을 내주고 후반전에 동점골을 넣어 무승부를 이룬 프랑스전은 승리 이상의 짜릿함을 온 국민에게 선사하였다.
이번 월드컵 경기에서 태극전사들이 보여준 모습은 분명 과거에 비해 달랐다. 월드컵 본선에만 서면 어쩐지 주눅이 든 모습을 보였던 지난날의 무기력함은 없어지고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그런 우리의 자신감이 머나먼 유럽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경기장과 라이프치히 경기장을 붉은 물결과 붉은 악마의 함성으로 가득 메울 수 있게 한 것이다. 독일뿐 아니라 미국과 영국 그리고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도 교민들이 거리응원전을 당당히 펼치고 있다.
응원단은 물론이고 선수들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고 마음껏 응원과 실력을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강한 나라이며 강팀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하겠다.
현실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후진국 이데올로기'나 '강대국 콤플렉스'에 허우적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 대표적인 주자는 대한민국 정부다.
대한민국 국민의 이익이 아니면 존재가치가 없는 정부가 특히 미국으로 대변되는 강대국과 관련된 사안에서는 미국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하다. 어떤 때는 오히려 미국 측의 이익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최근의 한미 FTA협상이라고 하겠다. 1차 협상을 마친 현재 미국은 자국에 유리한 17개 분야에서 총공세를 편 가운데 한국의 양보를 받아내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한국은 협상테이블에 내놓을만한 분야가 겨우 4개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거의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협상전부터 미국측이 내건 4대 전제조건을 받아들임으로써 협상과정에서도 협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가 현실화된 셈이다. 우리가 제시한 안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는 협상의 결렬도 불사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한국측 협상단이 보여준 이러한 수세적 태도는 미국의 이익을 악착같이 챙기고, 협상을 자신들이 원하는 쪽으로 반드시 관철하려는 미국측 협상단의 태도와 너무나 대비되었다.
월드컵 경기에서 보듯이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어느 나라에 가서도 당당하게 태극기를 휘두르며 우리의 목소리를 목청껏 낼 수 있는 나라의 반열에 섰다. 굳이 월드컵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문화나 경제적 측면에서도 우리 국민의 강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다.
힘없는 국민에게 강한 정부가 아니라 힘을 가진 강대국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원천은 국민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다른 나라의 편의나 요구 때문에 우리 국민을 윽박지르는 행태를 더 이상 보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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