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퍼핏은 빌 게이츠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에 해당하는 부자로 그가 자선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재산은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35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기에 기부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는 대단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마치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라'는 전형을 본 느낌이다.
일반인으로서는 감히 상상할 엄두조차 못낼 금액을 흔쾌히 기부하겠다고 나선 그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그는 고향인 내브라스카주의 오마하에 살면서 수십년 동안 투자회사인 버크셔 헤서웨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여 오늘날에 이른 사람이다.
투자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워런 버핏은 단기적 시세차익은 아랑곳하지 않고 기업의 내재가치와 성장률에 주목했다. 그는 우량기업의 주식을 사서 장기간 보유하는 투자방식을 선택하였다. 그 결과 코카콜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워싱턴 포스트, 질레트 등의 최대주주가 되어 경영권을 행사하는 동시에 수익을 내게 된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한 첫째 원칙은 절대 돈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원칙은 이 첫째 원칙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고 워런 버핏은 자신의 투자 철학을 밝히고 있다.
그는 항상 연평균 20%의 투자수익률을 목표로 투자를 했는데 45년을 거치면서 연평균 30%에 이르는 놀라운 투자수익률을 올렸다.
세계 2위의 거부라고 하니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는 그가 호화로운 생활을 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크게 달랐다. 그의 생활방식은 전형적인 부자들의 삶과는 거리가 멀 정도로 차이가 컸다.
부자들이 흔히 부리는 운전사나 경호원조차 없이 다녔으며, 만원 정도하는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고, 이만원 정도하는 스테이크를 즐겨 먹는다고 한다. 또 1958년에 구입한 3,000만원 정도하는 집에서 살면서 2001년식 중고차를 직접 몰고 다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더욱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그의 검소한 삶의 방식뿐이 아니라 자녀에 대한 그의 확고한 신념이다. 3명의 자녀를 둔 그는 평소 "많은 돈은 자식을 망친다"면서 재산 대부분을 자선단체에 기부한 것이다. 국내 갑부들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되어서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치미는 것을 느낀다.
워런 버핏이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하는 진짜 면모는 재산을 내놓는 것을 넘어 일부 부유층을 겨냥한 강한 질타에서 볼 수 있다.
26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부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뉴욕 공립도서관에서 열린 기부 약정식과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부시 미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상속세 폐지'를 혐오스런 행위라고 강한 비난을 한 것이다.
유산보다는 성과에 의해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워런 버핏은 "상속세는 매우 공정한 세금이기에 기회균등의 이상을 유지하고 부유층에게 특혜를 주지 않기 위해서도 상속세는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생각할수록 위대한 워런 버핏의 쉽지 않은 행동을 보면서 이 시대의 현인을 접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그의 행동이 이 땅의 졸부들에게도 널리 전파되어 죽기 아니면 살기로 재산을 움켜지려고 몸부림치는 꼴불견을 보지 않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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