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협정은 약이 될 수도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특정산업 자체를 아예 죽이는 무시무시한 독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 협정의 장점은 시장이 크게 확대되어 비교우위에 있는 상품의 수출과 투자가 촉진되어 무역전환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단점은 협정대상국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산업은 영원히 소멸되거나 피폐화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힘의 균형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 협정이란 것이 본래 상대적으로 힘이 강한 나라들이 먼저 만들어놓고서 이것을 행하지 않는 나라는 마치 시대에 뒤떨어진 얼간이로 몰아가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속성을 그대로 가진 한미 FTA 2차 협상이 10일부터 시작되었다.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렸던 1차 협상이 서로의 기본입장을 확인한 탐색전이었다면 이번 서울에서 열리는 2차 협상은 분야별로 개방대상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는 이른바 실전에 돌입하는 셈이다.
분야별로 많은 쟁점 가운데 떠오르는 주요 관심사는 농산물을 포함한 상품시장 개방의 수위를 어느 정도로 가져갈 것인지와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 등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쌀은 우리 국민정서와 농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관계로 우리측에서는 특별 긴급관세 등으로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미국과의 FTA 협정이 체결되면 시장이 세계 최대인 북미대륙까지 확대되고, 동북아허브 촉진과 국제적인 신인도 향상이 뒤따르고, 외국인 투자증대 등이 이루어져 우리나라 경제 체질이 개선되고, 산업시스템을 한 단계 높이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FTA 협상을 우려하고 반대하는 목소리 또한 엄청나게 크다. 상당수의 국민들이 협상이 체결되면 야기될 여러 부문의 부정적인 효과를 들어서 연일 반대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다. 국내의 극심한 반대여론을 제대로 된 공청회 한번없이 무조건 힘으로 잠재우려 하는 정부의 처사는 분명히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꼴이다.
정부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가 하는 모양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한미 FTA협정은 단순히 경제분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외교ㆍ안보 등에 걸쳐 우리나라의 장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중대 사안임에도 특위만 구성해놓고 여야 모두 손을 놓고 있는 처지이다. 참으로 딱할 노릇이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취약분야가 최대한 보호될 수 있도록 협상력을 높이는 동시에 많은 고급정보를 해당 이익단체와 공유함으로써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 국회는 뒷짐만 지고 있을 것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여론을 수렴하고 정부의 협상과정을 감독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협상이 결렬된다고 해도 현행 두 나라의 교역조건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니까 서둘지 말고 국익을 위해 당당하고 지혜롭게 협상을 이끌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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