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일본의 집요한 회유와 방해로 변변한 논의조차 못했던 미 의회가 비로소 도덕적 소명을 수행한 셈이다. 물론 이와 같은 결의와 경고가 구속력을 지닌 건 아니다. 그러나 미일 동맹관계가 깊어가면서 미 행정부가 내정간섭이라며 거의 묵인해왔던 역사은폐와 왜곡행위를 초강대국인 미 의회가 들춰내 경고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가 있다.
일본의 과거사 왜곡이 한국과 중국 등의 갈등을 증폭시켜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방관하는 것이 결국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 의회가 인식하고 있음이 확인돼 안도감을 느낀다.
더욱이 과거사 왜곡의 한축인 고이즈미 총리가 물러나고 새총리가 나서는 시기에 이 같은 경고가 나왔다는 점에서 반가운 마음까지 들었다.
후임 총리로 확실시되는 아베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는 허구'라며 위안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 왔고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총리의 책무라고 말해 온 인물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 결의안은 많게는 20만 명에 이르는 위안부의 비극을 20세기 최대의 인신매매라 규정하고 위안부를 강제동원한 책임을 질 것과 이 끔찍한 범죄에 대해 현재와 미래세대에 교육할 것을 일본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또 청문회에선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나치의 무덤에 헌화하는 꼴 같은 '윤리적 파산행위'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여기서 심대한 지적은 과거의 죄상을 젊은 세대에게 정직하게 교육하라는 요구인 것이다. 어느 나라나 교과서에 자기네 선대는 위대했고 이웃나라를 도우며 평화를 사랑했다고 기록해 후손들을 가르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부끄럽게도 자기네 선대가 전쟁을 일으키고 이웃나라 여성들을 데려다 성 노예로 삼았다고 가르쳐야 할 운명이다.
일본의 과거사 은폐와 교과서 왜곡은 바로 여기서 비롯되고 있다. 그러나 수치스럽다 해서 은폐하고 왜곡하는 건 또 다른 범죄인 것이다. 2001년 이후 일본의 역사교과서에 위안부에 대한 기술은 삭제돼 있다.
이 배후에 자학사관을 청산해야 한다며 왜곡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후원한 아베 관방장관이 있었다. 오죽하면 강력한 후원국인 미국의 의회조차 과거사를 제대로 해결하라 요구하고 나섰는지 일본은 깨달아야 한다.
역사와의 진정한 화해없이는 국제사회에서 비웃음만 받게 된다는 사실을 일본은 알아야 한다. 새로운 총리의 취임을 계기로 역사 인식을 바로 세울 것을 일본에 거듭 촉구한다.
아울러 우리 스스로도 힘을 키워야만 올바른 역사를 정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길 기회로 삼아야 한다. 험난한 국제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한 국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미국의 이번 결정도 그나마 우리 국력이 어느 정도 꾸준히 신장된 결과 얻어낼 수 있었던 산물임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저작권자 © 영광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