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북한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는가
누가 북한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는가
  • 영광21
  • 승인 2006.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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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7월16일 미국 뉴멕시코주 남부 앨러머고도 근처 사막 트리니티의 시험폭파를 거쳐 8월6일 일본 히로시마에 우라늄235로 만든 폭탄, 9일은 나가사키에 플루토늄239로 만든 폭탄이 투하됨으로써 핵폭탄이 세상에 공개되었다.

핵폭탄의 엄청난 위력을 눈으로 실감하고 나자 강대국이란 나라들은 앞을 다투어 핵폭탄을 보유하기에 이르렀고, 핵을 보유하지 못한 나라들은 국제사회에서 말발을 세우기 위해 어떻게든 핵폭탄을 개발하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이 핵실험에 성공했다는 발표를 하자 그 파장이 나라 안팎에서 숱한 논란과 양상으로 증폭되고 있다.

유엔에서는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된 후에도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가 맞서면서 제재의 강약을 놓고 저울질과 입씨름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햇볕정책의 지속여부를 둘러싼 논란에서부터 대량 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참여확대 문제에 이르기까지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당시와는 달리 핵실험 사실을 사전에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또 북한은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의 고립 압살책동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며 안전성이 철저히 담보된 핵실험을 추가로 실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가 더욱 가속화되는 상황을 우려해왔다. 조건없는 6자회담 복귀만을 주장하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은 충격요법만이 해결책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현재로서는 북한 외무성 성명의 내용이 대미 협상카드의 성격이 짙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압박에 대해 자위적 차원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힘으로써 추가 핵실험의 최종결정 여부는 미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금융제재라는 사슬을 끊고 직접대화를 통해 북미관계를 해결하자는 제의의 성격도 내포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북한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 및 동북아에 심각한 안보불안과 정세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우선 북한의 핵보유는 동북아에 핵도미노 현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일본의 재무장 가속과 핵무기 개발이 신속히 추진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 한반도에는 한미동맹에 의한 재래식 무기 차원의 남북간 군사적 균형이 붕괴되어 현행 군사 안보체계의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를 긴장으로 몰고 가면서 남북관계를 경색시키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는 대북 화해협력과 포용으로 한반도에 평화를 실현한다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재검토 논의를 공론화시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등 경협사업의 축소나 중단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현실을 냉철히 판단한 연후에 행동을 해야 마땅할 것이다.

과연 북한이 선택할 수단이 핵이라는 '벼랑끝 전술'밖에 없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핵무기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지금껏 북한은 체제를 지키기 위해 탈냉전적인 남북관계의 진척을 가로막는 전략을 펼쳐왔다는 강력한 비판을 받고 있다.

북한이 진정으로 민족의 발전을 인정하고 탈냉전적 남북관계를 이루고자 한다면 핵무기라는 절멸의 무기를 이용한 전술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