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충남 공주에 있는 한 정신과의원에서 방화로 보이는 불이 나서 5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고, 20여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는 비상구가 잠겨있었던 관계로 인명피해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리고 경기도의 한 사설 정신병원에서는 알코올중독증 환자를 무려 124시간 동안이나 묶어놓았다가 끝내 숨지게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사회적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환자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자물쇠와 손발을 묶는 끈이 마치 치료제처럼 버젓이 쓰였던 것이다.
또 병원에서는 묶어놓더라도 팔다리운동을 시키고 대·소변을 보게 해야 하는 보건복지부 지침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서 더욱 충격을 주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전국 1,300여개 정신병원에서 6만7천여명의 환자들이 정신보건법의 허점으로 기본권과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상적인 의사표현을 하기 힘든 정신병 환자들이기에 보다 세심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한 마당에 그들의 약점을 이용해 아무렇게나 방치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사고능력을 갖고 있다고 자처하는 우리 모두의 죄인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운영되는 미신고 복지시설의 현실이다. 한 민간단체가 지방자치단체들과 함께 전국의 미신고 복지시설 260여곳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조사대상 시설의 81%가 생활이나 인권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환자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입원과 퇴원이 이뤄지며, 일부 시설에서는 징벌방까지 운영하면서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제한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정신질환자를 폐쇄병동에 입원시키려면 법원의 결정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독일뿐 아니라 영국 등 대부분의 유럽국가에서는 폐쇄병동 입원을 법으로 제한해 개방형 병원이나 재활시설에 치료를 맡기고 있다. 우리도 이들이 병원을 나와 사회적응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시설과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정신병원이나 복지시설에서의 끔찍한 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시설에 대해서는 폐쇄와 같은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리고, 종교시설 중에서도 사회복지시설로 운영되는 곳에 대해서 집중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강박과 격리 등 정신병원에서의 인권침해를 막도록 '정신보건법'을 개정하라고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는 관련법 개정안을 지난해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태껏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상태라고 하니 한심할 따름이다.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각박해지는 사회에서 삶을 영위하다보니 늘어날 수밖에 없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권은 제도적인 대책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이 사회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 모두는 어느 때고 피해자가 될지도 모르는 위험에 노출되지 않을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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