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의 미래
지역신문의 미래
  • 영광21
  • 승인 2002.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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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발전 토대 지역 민주화 필수
우리 사회에선 지역언론이란 말조차 생소할 뿐만 아니라, 지역언론은 사이비언론이라는 선입견이 널리 퍼져 있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주요 언론사는 서울에 모여있고,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실상 존재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지방자치를 시작했지만 거대언론의 중앙집중 현상과 지역언론 경시 풍토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지역 민방이 도입되고 지역신문의 허가 제한이 폐지되긴 했으나, 우리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뉴스나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습득할 기회는 매우 제한되어 있다.

왜 풀뿌리 지역언론이 필요한가
세계화 시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언론이 지역매체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인간이 지역적으로 제한을 받는 동물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뉴스와 정보는 바로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에서 발생한 것들이다. 뉴스 편집자들이 뉴스를 선택하는데 있어 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근접성을 중요시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우리 사회는 등잔 밑이 어두운 사회가 되었다. 신체에 비유하자면 동맥과 정맥만 있고 실핏줄은 없는 무기력한 인간이 된 것이다. 자신의 몸에 이상현상이 있는 것은 분명한데 이를 정확히 감지하고 치료할 수단이 없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는 텔레비전 뉴스와 일간지 기사를 통해 '교실붕괴'라는 끔찍한 뉴스를 접했지만, 실제 내 자식이 다니는 학교는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없다.

왜 지역언론을 억압하고 외면해 왔나
언론 본래 형태인 지역언론이 우리 땅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게 된 것은 일제시대 이후 지속된 집권층의 언론탄압 정책 때문이다.
우선 통제가 쉬운 지역언론을 봉쇄했다. 우리나라 언론의 거대한 신드롬은 신문의 이름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외국의 권위 있는 신문의 이름에는 대부분 도시이름(뉴욕타임스, 런던타임스, 프랑크루트 알게마이네 등)이 붙지만, 우리나라 신문은 거창하게 대륙이나 국가적 의미의 이름(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대한매일, 국민일보 등)이 사용된다.
이러한 지역언론 억압정책은 진짜 언론=중앙언론, 사이비 언론=지역언론이라는 왜곡된 도식을 우리 사회에 심어놓았다.

우리나라 풀뿌리 지역신문의 현실
풀뿌리 지역언론의 선두주자는 전국 각지 시·군에서 발행하는 지역신문이다. 이들은 지방도시의 토호세력들이 운영하는 지방일간지와 달리 시·군·읍 지역에서 지역주민 스스로 발행하는 주간 신문들이다.
적은 자본과 인원으로 제작, 배포가 가능한 지역신문은 1988년 정간물 등록법 제정이후 그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 주간 지역신문은 대개 10명 내외의 직원이 5,000부에서 1만부 정도를 발행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약 500여개의 신문이 등록되어 있다.
건전한 풀뿌리 지역신문들은 행정기관의 홍보지도 아니고 토호세력의 정계진출 발판도 아닌, 지역주민의 관점에서 지역사회에 일어나는 일들을 독자들에게 알리는 신문고 역할을 하고 있다. 풀뿌리 지역신문은 대부분 주민주식의 신문 소유형태를 갖추고있어. 소수 개인에 의해 지역여론이 왜곡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 튼튼한 기반을 닦고, 언론의 정도를 걷는 지역신문은 아직 많지 않다. 대다수 지역신문은 아직 많지 않다. 대다수 지역신문이 적자경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지역신문이 아직 건실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지역신문 자체의 전문적 역량 부족, 지역언론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부족, 정부와 언론 학계의 지원책 미비 등을 들 수 있다.

지역신문은 어떤 기능을 하는가
우리나라 대부분의 풀뿌리 지역신문이 10명 내외의 직원이 1년 매출 2∼3억원 정도를 올리는 영세기업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들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역할은 가히 돈으로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우선 지역신문 없이 지방자치 실현을 기대할 수 없다.
언론 없이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단위를 국가단위에서 지역단위로 쪼개서 실천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언론이 없다면 지방자치는 불가능하다.
지역신문은 지역사회의 민주화에 필수적이다. 지역주민들의 현명한 정치적 선택을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역신문은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지역사회의 경제가 낙후한 원인 중의 하나도 지역언론의 부실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의 경제체제 하에서 중앙과 지방의 관계는 사실상 식민지 종속 관계나 다름이 없다.
지역경제의 주된 이익이 지역사회로 되돌아오지 못하는 원인 중에는 지역사회 내의 경제정보를 원활히 공급해주는 지역언론이 제 기능을 못하는 탓도 크다.
지역신문은 지역공동체의 결속과 발전에도 필수적이다. 지역신문은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웃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그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공론장이 된다. 지역신문은 지역 내의 갈등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어떤 지역신문이 성공할 수 있는가
지역신문이 지역주민들로부터 외면 받은 또 다른 이유는 지역여론의 수렴장 역할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지역신문은 다양한 지역주민들의 견해가 왜곡되지 않고 반영되는 지역사회의 거울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개의 지역신문은 지역정치인이나 유지들의 사방이었지,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진정한 공론장인 경우는 드물었다. 이제부터라도 지역신문은 지역주민들이 마음을 여는 공간, 이웃 주민들을 알게 되는 공간이 돼야 할 것이다.
지역신문의 생존에 언론 윤리의 실천이 필수적인 것은 독자와 취재원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지역신문의 현실 때문이다.
우리나라 500여개의 지역신문 중 성공한 지역신문을 손꼽을 정도에 그치는 것은 이러한 지역사회의 연고주의를 과감히 뿌리치지 못했고, 결국 지역주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장호순 교수<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