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10식구 한데 사는 김혜경씨<백수읍>
백수 하사리 송산1구에 4대가 모두 한 집에 살아도 큰소리 한번 밖으로 들리지 않는다고 해 찾아가 보았다.마당의 대파 모종이 하나 가득 심어져 있는 모습이 하사리의 특작물이 무엇인지 금세 알 수 있게 한다. 함께 하는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들어선 집에서 가장 먼저 마주친 것이 대형 냉장고 2대였다.
비록 기계와의 만남이지만 대가족이 함께 생활함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바로 이 댁이 시할머니(87), 시아버지(63), 시어머니(60), 그리고 남편, 아이들을 2남3녀 다섯이나 둔 4대가 함께 행복하게 산다는 김혜경(33)씨 댁이었다.
자그마한 키에 활짝 웃으며 고만 고만한 아이들과 시할머니와 함께 반갑게 인사를 하는 모습이 대가족 속에서의 힘들고 어려운 현실이란 찾을 수가 없었다.
많은 가족을 뒷바라지하기가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처음엔 조금 힘든 것 같았는데 지금은 별로 힘든 줄 모르고 할머니께서 아이도 봐 주시고 생활비도 절약되고 더 좋아요”라고 야무지게 말하는 모습에서 종가집 큰며느리의 넉넉한 힘이 느껴졌다.
명절 때는 온 집안에 사람이 가득
지금 함께 하는 열 식구 말고도 장남인 아버지 형제분인 3남5녀가, 남편의 형제 2남2녀, 어머니의 형제분 등 명절이나 휴가철 그리고 그 외의 행사 때면 모두 모인다고 했다. 입이 딱 벌어질 만큼의 가족 사항이었다.
이렇게 몇 대가 모여 살면 일이나 경제적인 것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궁금했다. 일은 할머니가 아이들을 돌봐 주시고 부모님은 농사일, 남편은 영광읍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안살림은 며느리인 김씨가 도맡아서 한다고 했다.
경제적인 것은 전기요금은 부모님이 수도요금은 아들 내외가 이런 식으로 일이던 경제적인 것이던 잘 나누어 가정이 체계적으로 잘 생활할 수 있게 지혜롭게 잘 짜져 있었다.
김혜경씨는 결혼 전 미용사로 생활했던 경험을 살려 동네 어르신들의 머리를 해드리기도 한다고 했다. 그리고 받는 약간의 수고비도 연세가 아주 많으신 분은 받지 않는다고 했다.
가장 좋은 노인복지는 직접 봉양
주름살이 많으셔도 곱고 환한 할머니께 “자식들 자랑 좀 해 보세요”했더니 “ 우리 아들 며느리도 참 잘하고 우리 손자는 퇴근해서 들어 올 때 빈손으로 들어오는 적이 없어. 그리고 우리 손주며느리는 아이를 다섯이나 낳았어도 한번을 싸우는 것을 못 보았어”라고 하시는 말씀에서 가족의 행복함을 그대로 알 수 있었다.
어느 사회학자의 말을 빌리면, 고령화시대의 가장 좋은 노인복지프로그램은 경로 효친사상이라고 하였다.
아무리 자치단체에서 경노잔치를 마련하고 국가에서 교통비와 노인연금 등의 혜택을 늘린다 하더라도 역시 자식들이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가족 누구를 보아도 가족이 많아 힘든 그런 표정은 찾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어른을 잘 모시는 부모를 보고 자라는 며느리 김씨의 어린 5남매들도 훗날 겸손한 효자 효녀가 꼭 되어 있을 것이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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